RCEP 협상에 숨겨진 엄청난 비용

번역: 홍정희(번역팀, 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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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Focus on the Global South의 “Revealed: Massive Hidden Costs of secret RCEP trade deal”를 번역한 글입니다.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공식협상이 진행 되었다. 전 세계 50% 이상의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이 거대 무역협정은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호주, 한국, 일본, 인도, 뉴질랜드와 같은 여러 주요 무역 국가를 포함한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기업들이 국내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고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업의 이익창출이 제한될 경우 국제 법정에 정부를 고소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http://www.bilaterals.org/?rcep-draft-investment-chapter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RCEP 협상 중인 국가의 정부를 대상으로 50건의 소송(총 소송가액 310억 달러 이상)을 비공개 국제 중재 재판에 제기했다.

초국적 연구소(TNI, Transnational Institute), 지구의 벗 국제본부(FOEI,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국제 정의를 위한 인도네시아(IGJ, Indonesia for Global Justice) 및 남반구 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에 대한 기업들의 소송 증가로 인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공공 예산이 낭비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정부의 규제 권리가 약화된다고 한다.

동 연구에 따르면, RCEP 국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금액 중에서 가장 큰 규모는 시멕스(Cemex)와 인도네시아 간의 소송 합의금 3억 3천 7백만 달러로, 인도네시아 교사 38,593명의 1년 급여에 해당한다. 또한, 환경 관련 법률과 분야가 기록 된 소송 건수의 36%를 차지한다.

이 결과와 관련해서 지구의 벗 국제본부의 샘 코사길버트(Sam Cossar-Gilbert) 무역 운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투명한 투자자와 국가 간의 중재 과정은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은 RCEP라는 위험한 메커니즘이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RCEP 무역 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증가할 것이며 비용은 결국 시민들이 부담해야만 할 것이다."

"높은 소송비용과 투자자들의 청구 금액을 공공 재정에 떠넘기는 일이 필리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두테르테 정부는 카를로스 도망게스(Carlos Dominguez) 재무장관을 통해 납세자에게 수십억 달러를 부담시키는 것은 '과거 정부의 죄'라고 비난했다. 도망게스 장관은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3 터미널 몰수와 관련해 필리핀 국제공항 터미널 운영회사인 Piatco와 독일 파트너 Fraport에 3억 2669만 달러를 지불한 것과 여타 계류중인 투자 중재 사안도 인용했다"고 필리핀의 남반구포커스 책임자인 조셉 푸루간(Joseph Purugganan)이 덧붙였다.  

그러나 푸루간은 "새 정부가 이전 행정부가 취한 조치에 비판적이지만, 투자자들에게 규제 및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를 고소할 권리를 부여하는 RCEP와 유럽연합(EU)과 필리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신세대 협상을 계속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동 보고서는 이러한 소송이 RCEP 무역 협상이 내포하고 있는 높은 비용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한다. RCEP는 투자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법 제도의 사유화를 고착시킬 것이다. 정부는 양자 간 투자 협정보다 RCEP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허용한 권리에 대한 의무를 철회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투자자 권리에 관한 항목뿐만 아니라 전체 협정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TNI의 세실리아 올리베(Cecilia Olivet) 연구원은 “이미 투자자들은 투자 협정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재정난에 처한 국가의 공공예산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양자간 FTA보다) 훨씬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칠 RCEP 무역 협상에서 기업들에게 (양자간 FTA에서와 같은)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바보짓이다. 공익을 위한 중요한 규제를 훼손 할 수 있는 법 제도의 사유화를 없애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투자 보호에 대한 반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번 주에 316개 시민사회 단체는 RCEP에 참여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S) 조항을 제외할 것을 촉구하고, 지역 경제, 노동자 권리, 식량주권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무역 모델을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제출하였다. http://www.bilaterals.org/?civil-society-open-letter-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