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제헌의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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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릴리안 헥스터 (교열팀, ISC)
원본: 마리아 빠예즈 빅토르, 에두 몬떼산띠
번역: 심태은(The 숲 한글판 편집장, ISC)

* 본 기사는 글로벌 리서치(Global Research)의 “The Role of Venezuela’s National Constituent Assembly (https://www.globalresearch.ca/the-role-of-venezuelas-national-constituent-assembly/5608680)”를 요약 및 번역한 글입니다.

어떤 국가가 민중의 의지에 기반해 새 헌법을 제정하기로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이하 제헌의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본 글은 마리아 빠예즈 빅토르 박사의 인터뷰를 요약한 것으로, 베네수엘라의 현대 정치의 맥락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제헌의회의 성과가 만들 수 있는 더 크고 희망적인 그림에 대해 설명한다.

2016년 1월에 베네수엘라 보수야당인 국민연합회의(Mesa de la Unidad, MUD)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MUD가 국회에 진출한 것이 법안 통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두로 대통령과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서”라고 선언했다. 행정권력에 대한 반대를 천명한 후, MUD는 대법원이 선거부정을 이유로 세 명의 하원의원에 당선 취소 결정을 내린 것과 보궐선거를 요구한 것에 불복했다. 이에 대법원은 세 하원의원의 당선 취소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효력이 없음을 선언했다. 국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으로 맞대응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5월에 베네수엘라 헌법 347조를 발동해 제헌의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민중에게 권한을 주어 정치에 개입하고, 행정부 및 사법부와 입법부 간의 교착상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민중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가지는 기구에 최고 권력을 수여한 것이다. 야당은 외신을 활용해 제헌의회가 마두로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위한 수단이며 비민주적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제헌의회가 대통령의 임기를 결정하는 권한이 없다는 사실과 배치된다.

7월이 되자 제헌의회를 구성할 의원 선거가 진행되었다. 일반 시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장애인, 흑인, 청년, 노동자, 여성, 기업가 등 특수 부문을 대표하기 위해 스스로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렇게 민중에게 통치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MUD는 제헌의회 선거를 보이콧했고, 선거 반대를 위한 무장 투쟁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제헌의회 반대측에서는 제헌의회가 국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제헌의회는 정치,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는 제헌의회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헌의회가 단독으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제헌의회는 우선 미국 법무부와 협력해 폭력시위에 면죄부를 주고 지속될 수 있게 한 루이자 오르테가 디아즈(Luisa Ortega Diaz)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다음으로 지난 18년 간 폭력을 자행했던 이들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규정하기] 위해” 진실·화해·정의위원회를 건설했다.

제헌의회의 이러한 민주적 성격에도, 주류 언론의 제헌의회 보도에서는 이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에 대한 야당의 폭력적 저항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좌파 정치를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주류 언론은 1999년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베네수엘라를 오도해왔다. 차베스 대통령 사후,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타깃이 되어 독재자이자 전제군주로 묘사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 정권과 마두로 정권 하에서 “원유로 거둬들인 수익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중략) 비애국적인 엘리트의 부패한 방식으로 (중략) 사용되지 않았다.” 1999년 이전, 베네수엘라는 영양실조, 문맹, 영아 사망과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이러한 사회적 조건을 급격하게 개선했고, 이는 “현대 역사상 그 어떤 국가도 단 10년만에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없는” 수준의 성과였다.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에 대한 다른 국가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전 세계의 2/3에 해당하는 UN의 비동맹국이 베네수엘라를 지지했다. 또한, UN도 제헌의회가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 베네수엘라 헌법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내 보수정부가 들어선 국가에서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가 가진 참여적 성격, 즉 지난 19년 간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진 20여 차례의 선거에서 볼리바리안 노선이 18번 승리한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민중에게 권력을 되돌려주었을 때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하면서도 진정한 민주주의의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