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친기업 민주당은 가라! 좌파 포퓰리스트의 새로운 물결이 다가온다: 2018년, 후보자들은 더 이상 정당 체제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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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테오 앤더슨(Theo Anderson)
번역: 지민경, 예선희(번역팀, ISC)
심태은(The 숲 한글판 편집장, ISC)
황정은(사무국장, ISC)

* 본 기사는 인디즈타임즈(INTHESETIMES)의 “Move Over, Corporate Democrats. A New Wave of Left Populists Is on the Rise” (http://inthesetimes.com/features/left_populism_corporate_democrats_2018_primaries.html)를 번역한 글입니다.

“5년이나 10년 후엔… 노동자 정당이 생길 것이다… 지난 18년 간 실질적인 임금 인상이라곤 눈 씻고 찾아보지 못했고, 분노한 사람들의 정당 말이다.”

2016년 봄, 비즈니스위크에 미국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이와 같은 예측을 내 놓았다. 그 후보는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였고, 그는 공화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트럼프의 반부패 입장, 포퓰리즘, 그리고 어렴풋하게 좌파에서 말하는 것 같은 경제 발언은 결국 그를 백악관의 주인으로까지 만들었다.

트럼프는 또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자이며 사실에 구애 받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항상 언변 능력과 지속성의 한계를 가졌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이를 무기 삼아 경기 침체와 부패, 그리고 그 둘 간의 밀접한 연관관계를 내세웠다.

2016 6월에 펜실베니아의 한 작은 도시에서 했던 선거 연설에서 트럼프는 피츠버그의 철강이 미국을 건설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으나 “우리의 노동자의 충실성은 배신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고, 부와 공장을 멕시코나 다른 국가로 vh이전하는 등 의 세계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구했다. 세계화는 정치인의 배를 불리도록 자금을 기부하는 부유한 금융 엘리트를 양산했지만, 수 백만 명의 미국 노동자에게는 가난과 고통만 안겨주었다”고도 발언했다. 그에 따르면 부패는 다른 말로 하면 미국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나만이 이것을 고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외쳤다.

물론 트럼프의 정책은 그의 발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는 자신들을 위한 세금감면을 주장하는 기업 엘리트로 행정부를 채워 나갔고, 미 환경보호청(EPA)과 식약청(FDA)을 관리감독의 대상인 산업계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는 해독제인척 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패에 미국 정치를 감염시킨 것이다.양대 주류 정당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기에 활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정치 부패에 대한 합당한 두려움과 분노가 트럼프의 2016년 반부패 선거 운동의 시작이었다. 만약 이러한 전략을 민주당이 활용했다면 트럼프로 채워진 포퓰리스트 공백을 민주당이 선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와 권력의 집중에 대한 민주당의 뉴딜 시대적 비판은 기업 친화적인 세계관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일례를 보자. 2017-18년 선거 주기에 금융 부문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기부금 상위 수령자 20명 중의 11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것에 대해 오픈시크릿(OpenSecrets.org)은 금융 부문이 “연방 의원 후보자들에게 가장 큰 자금줄”이라고 단언했다. 폴 라이언 [1] 하원 의장이 1위를 차지했고 대체로 공화당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았다. 그러나 커스틴 질리브랜드 [2](뉴욕), 팀 케인 [3](버지니아주), 셰러드 브라운 [4](오하이오주) 등 세 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2위, 4위, 5위를 차지했다. 2017년 11월, 팀 케인은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인해 의회가 부과한 주요 은행 업계 규제를 예전으로 되돌리려는 법안을 지지한 9명의 민주당 의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법안은 “대마불사” 금융기관을 규정하는 자산기준 금액을 5천만 달러에서 2억 5천만 달러로 상향하는 것으로, 금융 산업의 규제가 대폭적으로 완화됨을 뜻한다. 트럼프는 2015년 9월 2차 공화당 대선 후보자 경선 토론에서 “기부자, 특수 이해세력, 로비스트가 이러한 사람들(의원)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주의에 트럼프가 안긴 아이러니하고도 의도치 않은 선물은 아마도 기존 정당 간의 전선을 허물고 주류 정당이 자유롭게 말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미국 정치에 실제 개혁가이 뿌린 진정한 개혁의 씨앗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2017년 11월 선거에서 독자적이거나 반기업 성향의 민주당 의원이 선출된 것은 민주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비전을 다시금 제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낱 같은 희망은 정당 체제로부터 분리되고 독립적인 진보적인 선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기업 세력이 양 당에 휘두르는 영향력으로부터 비교적 독립되는 것에 명운이 달려 있다. 2018년 선거는 이러한 현 상황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인프라의 힘을 조기에 시험하는 강력한 기회가 될 것이다.

부패한 정치
단일 이슈가 유권자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트럼프가 주요 이슈로 띄운 덕에 미국의 정치 부패는 2016년 대선 판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6년 봄, 진보성향 매체인 가디언지가 미국 독자를 상대로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중 대선 후보가 더 많이 이야기하길 바라는 주제 하나”를 뽑아보도록 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후변화와 경제 불평등만이 “선거 자금/정치 부패”보다 상위에 랭크되었다.

가디언지는 “미국 50개 주 1,38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다수가 사익 추구만이 대선 후보로 출마한 계기였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노와 회의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2016년 대선 출구조사 또한 미국 정치의 부패한 현실에 대한 깊은 분노와 회의감을 보여주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사 대상자에게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과 관련해 네 개의 선택지를 주었다. 클린턴은 “나 같은 사람을 신경 쓴다”, “판단력이 좋다”, “적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세가지 항목에서 손쉽게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나머지 항목인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에서 82% 대 14%로 트럼프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클린턴에게는 안타깝게도 이 항목은 다수의 유권자(39%)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꼽은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도 이러한 유권자의 불안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2017년 10월, 채프먼 대학에서 미국인의 공포에 대한 연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4%의 응답자가 현재 가장 큰 공포로 “정부 관료의 부패”를 꼽았다. 반면 약 50%의 응답자만이 가계나 높은 의료비가 두렵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정부의 부패에 대한 두려움은 13%포인트 상승했다.

부패에 대한 우려는 정당한 근거가 있다. 이는 진보 진영이 2010년 대법원이 시민 연합 [5] 사건에서 내린 판결 이후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지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부유한 기부자 및 기업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심대하게 확대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공공조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브레넌 정의 센터 [6]의 2016년 분석에 따르면, “검은” 또는 “회색” 자금, 즉 정치 기부금으로 추적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자금이 급격히 증가했다. 조사에서 다뤄진 6개 주에서 검은 돈 그룹이 슈퍼팩 [7]에 기부한 금액이 2006년 19만 달러에서 2014년에는 920만 달러로 급등했음이 나타났다. 반면, “완전히 투명한” 외부 지출(후보자와 조율되지 않은 지출)은 76%에서 29%로 떨어졌다. 또한, 보고서는 자신이 공직에 있던 지난 33년 간 검은 돈이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부패한 영향력”이라고 한 크리스 헤르스탐 [8] 전 아리조나 공화당 하원의원의 말을 인용했다.

진보 진영에게 있어 뼈아픈 아이러니는 시스템(민주당)을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주요한 매개가 그 시스템에 단단히 숨겨져 있고,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진보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이를 깊이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1월 초 발표된 CNN 설문조사에서 54%의 응답자가 민주당에 불신을 보였다. 이는 1992년 이래로 가장 수치가 낮은 것이었다. (당시 공화당에 비판적인 응답자는 61%에 달했다.) 36%의 민주당 등록 당원만이 2018년에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이는 공화당 등록 당원의 적극 투표층 수보다 1%포인트 낮은 것이었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했다는 것과 관련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선입견과 혐오가 발생했다. 또한 민주당이 어떻게 당을 가다듬고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가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미국 정치의 철저한 개혁을 추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에 대한 모든 관심이 중요하고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면?

민주사회주의자 리 카터가 포퓰리스트 정강을 가지고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2017년 11월 9일 버지니아주 마나사스에서 찍은 사진 (촬영: 브렌단 스미알로위스키/Getty Images)

변화가 되라
2017년 11월, 리 카터 [9]는 버지니아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에서는 그가 선거 운동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후보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30세의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10]인 카터는 당의 일부 보안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당에 정보제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이 자신의 선거 운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의심했다. 도미니언 에너지 [11]는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정치자금 기부 기업으로, 2016년 민주당에 12만 5천 달러를 기부했다. 카터는 이 기업의 천연가스 수송관, 주택지구를 통과하는 고압 송전선 건설 계획에 반대했고, 자신의 정강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카터는 “대규모 기업 이익집단과 공개적으로 싸운다”며, “영리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이들이 정치인에게 기부를 한다면, 이는 그저 선의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기부할 때마다 보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리치몬드 타임즈-디스패치 [12]에 전했다.

카터의 이야기, 그리고 더 넓게는 버지니아 주 보궐선거는 민주당을 재정의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과 인프라가 생겨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 진영이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사용해 온 전통적인 모델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단일보험자 의료보험 등 특정 이슈에 집중하고, 기부, 자원봉사자의 노력, 집회 조직, 대면/가상 로비 캠페인, 선거권 등을 정치인과 당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델은 트럼프 시대에도 강력한 수단으로 유효하다.

인디비지블 [13]의 모델을 예로 들면, 핵심 “저항” 그룹의 대다수가 트럼프 당선 이후에 생겨났다. 가디언은 최근 보도에서 지역 내 진보주의 그룹의 느슨한 네트워크 조직인 인디비지블은 등록된 지부가 6,000여 곳을 넘는데, 이는 우파 티 파티의 전성기 시절보다 6배나 많은 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터와 다른 좌파 반란자의 당선은 새로운 모델, 즉 이미 강력한 진보 정강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지만 민주당에 최소한의 충성심을 갖거나 필요를 느끼는 후보를 발굴, 성장,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하면,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기보다는 진보 후보를 출마시키고 이들에게 독립적인 지원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의 혁명(OR) [14]과 일하는 가족당(WFP) [15]은 선출직에 진보 후보를 내보내는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단체이다. OR은 2016년 8월에 결성되었고, 버니 샌더스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발생했다. WFP는 1998년에 창립되었으나 지난 2년 간 활동이 상당히 강화되고 영역도 넓어졌다. 기초적인 단계로, 이들 단체에서는 후보가 선거 홍보물에 사용할 수 있는 인증실(seal)을 제공, 이 후보가 단체에서 지지하는 후보임을 나타낸다. 그리고 때에 따라 디지털 트레이닝, 펀드레이징 지원, 미디어 작업, 자원봉사자 동원, 선거운동 관리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2017년 11월 선거에서 OR은 59명의 후보를 지지했고, 이 중 26명이 당선되었다. WFP는 총 1,000여명을 지지했다. 이 중 약 300명을 특히나 강력한 진보 후보로 규정하고, 선거운동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200명 이상의 “진보 영웅”이 당선되었다.

버지니아 하원 의원 선거에서 이 두 단체가 카터를 지지했고, 라틴계로 당선된 엘리자베스 구즈만 [16]도 지지했다. WFP는 구즈만과 또 다른 라틴계 후보인 할라 아얄라 [17]의 선거운동에 특히 직접 관여했다. 후보를 대신해 WFP의 스탭과 자원봉사자들이 2만호가 넘는 가정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펼쳤다.

2017년 11월, WFP의 지원을 받은 할라 아얄라는 워싱턴 D.C 근교에 위치한 버지니아 주 51지구에 출마해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사진 제공: 할라 아얄라)

이러한 노력이 버지니아 주를 2017년 선거에서 가장 크고 희망찬 깜짝 선물로 만들었다. 선거 시작 시에는 공화당이 66 대 34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하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비록 선거부정으로 진흙탕 선거가 되고, 민주당 후보가 여전히 2017년 11월 말 현재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15석을 차지하며 공화당은 근소한 차로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다. 카터, 구즈만, 아얄라를 비롯한 여러 후보의 깜짝 승리는 민주당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진보 단체들은 민주당 기득권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통상적인 방법을 이용해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에 주 지부의 지도부에 입성하거나(OR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민주당 후보가 고전하거나 후보 출마도 고려하지 않는 험지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돕는 것을 통해 외부에서의 중력으로 작용해 당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 등 내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조 딘킨 [18] WFP 소통 국장은 “민주당은 3석 또는 4-5석 정도를 예상했다”며,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졌던 일부 2등급 선거구야말로 진보 색채가 더욱 강한 후보가 출마한 곳이었다. 아얄라와 구즈만은 공화당 텃밭에서 라틴계 여성이자 진보 주자임을 대대적으로 내세운 후보였다. 이는 ‘아무도 화나지 않게 한다’는 민주당의 선거운동의 약점이 두 후보의 선거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유색인종 여성이자 진보 후보 두 명은 가장 어렵다고 여겨진 선거구에서 상당한 표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말했다.

니나 터너 [19] OR 회장이자 전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기득권층은 [카터에게] 거의 가망이 없는 희망조차도 주지 않았다”며 “유권자는 진짜 믿을만한 후보를 갈망한다. 연단에 서서 명확하게 ‘내가 (버지니아 주 하원 의원이나 미니애폴리스 시 의회 의원으로) 당선이 된다면 당신과 당신의 가족, 그리고 당신이 사는 지역을 위해 싸우겠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재편성할 만큼 강력한 선거구 내 인프라의 구축은 정치 부패 청산보다 쉬운 과제이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OR이나 WFP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 공동체 조직 단체의 네트워크인 민중행동 [20]은 최근 선출직 후보를 위해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현재, 70명의 회원이 2018년 각급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민중행동은 14개 주의회에서 진보세력을 늘리는 데 특히 집중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창립되었고 연방 선거에 전념하고 있는 신의회(BNC) [21]와 정의민주주의자(JD) [22]는 수십 명의 상하원 의원 후보를 모집해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 중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한 여타 조직과 마찬가지로, JD와 BNC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후보를 양성하고 있다. JD가 지지하는 후보인 파이로우즈 사드 [23](미시건 주)는 당선된다면 의회에 진출한 최초의 무슬림 여성이 될 것이다. 또한 브리아나 웨스트브룩 [24](아리조나 주)은 최초의 트렌스젠더 여성 의원이 될 수도 있다.

JD와 BNC는 상원에 특히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단체와 구별된다. 이들은 진보적 유권자의 단일한 블록을 구축하려는 자신들의 활동이 의회를 비교적 단기간에 변혁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양 단체에서는 2018년 선거에서 30명에서 50명의 후보(이 중 다수가 중복 지지)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JD는 알리슨 하트슨 [25]을 6월에 열릴 캘리포니아 주 민주당 상원 의원 경선에 다이앤 페인스타인 [26] 현 캘리포니아 주 상원 의원의 대항마로 지지할 것을 선언했다. 선거 돌입 전, 하트슨은 기업 자금이 정치권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 통과 운동을 벌이는 PAC(후원회) 단체의 이사로 활동했다. 현재까지 5개 주에서 이러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트슨은 선거비용을 전액 국고에서 보조할 것을 요구하는 자신의 정강에서 부패 문제를 핵심고리로 삼고 있다.

선거자금 개혁 운동가인 알리슨 하트슨은 다이앤 페인스타인 현 캘리포니아 주 상원 의원에 맞설 후보로 JD의 지지를 받았다. (사진 제공: 알리슨 하트슨)

그렇다고 이들 단체가 지지한 후보 모두가 노골적으로 부패 문제를 부각하지는 않는다. 최근의 버지니아 주 선거를 예로 들면, 구즈만과 아얄라는 부패보다는 경제 정의, 의료보험, 여성의 권리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선거 인프라를 구성하는 모든 단체는 민주당 체제 내에서 기업이 미치는 영향력에 반대하고 선거 자금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규정한다.

후보자들에게 민주당 소속이지만 당에서는 독립된 후보로 출마하는 데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목표의 핵심이다. 기업 이해세력의 기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없애고, 더 많은 지지자로부터 소액 기부를 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OR과 WFP는 2017년 11월 선거에서 공화당 일색인 D.C 근교 버지니아 주 하원 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엘리자베스 구즈만을 지지했다. (사진 제공: 엘리자베스 구즈만)

경계 설정
미국 정치의 부패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새로운 선거 인프라는 진보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있다.

OR과 BNC, JD는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기업의 PAC 기부금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노동조합과 기업이 아닌 PAC 기부금은 허용하지만 심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러한 그룹과 WFP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그 단체의 매우 진보적인 정강을 수용해야 한다. (민중행동은 현재 그러한 강령을 작성하고 있고 기업 기부금 금지를 고려 중이다.)

JD 정강의 첫 번째 항목은 정치인의 민간 기부금 수수 금지와 “기업과 억만장자의 정부 장악을 끝내기 위한… (중략) 깨끗한 공공 자금 조달 시스템” 조성이다. 하지만 JD는 현재 시스템 하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민간 기부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 시스템 개혁에 대한 희망을 가지려면 그 시스템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JD의 정강에는 사형제 폐지, 경찰과 이민 개혁법 제정, 유급 병가와 가정사로 인한 휴가 보장, 사회기반 시설 사업을 위한 막대한 투자,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물가 연동, 단일보험자 의료보험 실시 등도 포함되어 있다. BNC의 정강은 JD의 정강과 대체로 비슷하고, 구체성은 미흡하나 “정치에서 돈을 빼자”고 요구한다. 또한 BNC는 “선거 운동 자금에 대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돈이 표현의 자유와 같다고 여기는 것을 중단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을” 지지한다.

물론 민주당이 이러한 입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며 기존의 민주당 정치인과 진보세력의 요구 간 격차는 최소한 이론상으로 지난 2년간 급속히 좁혀졌다. 예를 들어 하원의 민주당 의원 다수가 현재 메디케어포올 법안 [27]을 공동으로 지지하고 있다. 또한 시간당 12달러나 15달러의 최저임금을 지지하는 것이나 대학과 직업 학교의 무상 교육에 대한 지지도 이제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버니 샌더스의 대통령 출마가 남긴 구체적인 유산 중 하나인 2016년 민주당 정강은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정강 중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자주 언급된다.

기존의 민주당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선거 인프라 간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기업의 영향력이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시선의 문제이다. 즉, 민주당 후보가 너무 많은 기업의 PAC 기부금을 받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 깊은 문제가 있다. 바로 열정의 문제이자 유권자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민주당을 후원했던 후원자가 반대할 은행 규제와 같은 개혁안에 민주당이 (재원을)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이다.

유권자는 민주당의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알아차렸다. 진보적 단체들이 2016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평가하기 위해 의뢰한 보고서 <부검: 위기의 민주당> [28]은 민주당이 “가장 확고한 유권자 그룹인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의 지지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흑인여성원탁회의 [29], 세대 간 공공정책 네트워크 [30], 에센스 페스티벌 [31]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정당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흑인 여성의 비율이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13%에서 21%로 증가했다. 2017년 9월 NBC 뉴스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31%와 라틴계 미국인 37%는 민주당이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신뢰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명감과 열정의 문제”라고 보고서 <부검>의 공동저자인 놀먼 솔로몬 [32]은 말한다. “2016년 대선뿐만 아니라 현재 민주당 전국위원회 [33]와 상하원 지도부에는 열정 없는 정서가 만연하다. 하지만 열정적이어야 일을 완수할 수 있다. 때때로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그랬듯 현재 정치계의 부패를 중심 사안으로 만드는 것을 통해 진보적 선거 인프라에서 부상하고 있는 진보적 단체들은 부패 문제를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수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바로 그 체제에 얽혀있고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사실이라고 말하기를 피한다고 인식한다.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은 실제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당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고자 한다.

민중행동의 후보자 교육을 예로 들면, “운동 진영과 후보의 지역 공동체가 함께하는 공동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로렐 웨일스 [34] 민중행동의 운동정치국장은 말한다. 덧붙여서 “당선되고 나면 당신이 매일같이 볼 사람들은 기업 로비스트이다. 그래서 우리는 후보자에게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려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지역구에서 당신이 대변하는 일반 유권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후보자가 ‘당신이 대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사악한 동맹의 파기
“아주 역사적인 순간이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인 스티브 배넌 [35]은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말했다. 배넌은 무역 협상 반대, 인프라 건설 사업에 막대한 투자 요구 등을 포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포퓰리즘 대부분을 만든 장본인이다. 배넌이 운영하는 언론 매체 브레이트바트 [36]는 트럼트 정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의 심장과도 같다. “월스트리트가 민주당을 소유한 것에 맞선 민주당 좌파와 진보주의적 좌파의 반란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다”고 배넌은 말했다.

배넌은 악하지만 정치적으로 수완이 있다. 그는 자신이 설파하는 포퓰리즘(그가 퍼뜨리는 우파 인종차별주의와 기업의 부패한 영향력에 대한 좌파적 시각 둘 다)이 미국 역사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이전에도 우리가 이러한 위기 지점에 처해봤다는 것도 잘 안다.

1890년대 원조 포퓰리스트였던 인민당 [37]은 인종을 초월한 연합 세력으로 나타나 부의 집중과 19세기 후반 약 30년 동안 급속하게 성장한 기업의 권력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인종 공격, 위협, 포퓰리스트 수사법과 인민당의 강령을 일부를 흡수하면서 인민당의 도전을 무력화했다. 그러나 불평등과 부패에 대한 포퓰리스트의 비판은 1900년대와 1910년대 태동하던 진보 운동 시기를 거쳐 1912년 진보당 [38]정강에 간결하고 강력한 표현으로 남게 되었다.

진보당은 강령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똑같이 이용당하는 부패한 세력의 도구로 전락했다. 표면상의 정부 뒤에는 민중에게 충성하지도 않고 민중에 대한 어떠한 책임감도 없는 보이지 않는 정부가 들어서 있다”고 서술했다.

진보당의 후보였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39]는 27%를 득표해 미국 역사에서 그 어떤 제 3 정당보다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1912년 진보당은 9명을 하원 의원으로 당선시켰고, 또한 다운밸럿 [40]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진보당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국가 정치에서 체제의 부패 문제를 부각시켰고 선거를 위한 대중 동원은 주 차원에서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건설하던 초기 진보운동에 동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뉴욕은 뉴딜정책 [41]에서 연방법이 된 노동자 권리와 사회보험 제정을 위한 시험장이었다.

1912년 8월 6일 시카고에서 열린 진보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웨스트 잭슨가를 따라 차를 타고 행진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사진출처: Chicago Daily News/Chicago History Museum/Getty Images)

지난 40년간 대단히 중요한 정치 이야기는 우파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것이었다. 특정한 뉴딜 정책의 성과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뉴딜 정책의 비전, 즉 높은 누진세 구조를 통한 공공 영역의 높은 투자 수준이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더 안정적이고 더 정당한 사회를 건설한다는 생각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의 중심 주제는 정치계에서 커져가는 기업 자금의 영향력과 이것이 뉴딜 정책의 비전을 어떻게 압도하고 해체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배넌이 정확하게 언급했듯이, 지금은 “아주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다.” 우리 앞에 놓은 중요한 질문은 진보주의자가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전통적인 방식과 최근 만들어진 진보적 선거 인프라(본질적으로는 한 정당 내의 제3의 정당으로 운영하면서)로 민주당의 나머지를 운동 진영의 궤도로 끌어올 수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위기의 불확실한 점은 민주당의 운명이다. 민주당의 호시절에는 좌파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진보 운동이 민주당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중심 없이는 민주당의 정책 강령은 공허하게 들린다. 근본적으로 위태로운 것은 이윤만 추구하는 선출되지 않은 기업의 “보이지 않는 정부”가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으며 국가를 통치하고, 기업의 이해관계가 정부를 온전히 통제하게 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때, 포퓰리스트와 진보주의자의 초기 비전과 의제가 국가차원에서의 뉴딜 정책이라는 폭넓은 표현 방식을 찾는데는 거의 50년이 걸렸으며 자본주의의 위기였던 대공황을 겪어야 했다.

지금 우리가 심는 개혁의 씨앗에서 무엇이 나올지, 열매를 맺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은 열매가 열릴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실패하면 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날 것이란 사실뿐이다.

1912년 진보당 강령에는 “오늘날 정치의 제일 임무는 부패한 경제계와 부패한 정치계의 사악한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이는 오늘날 여전히 우리의 제일 임무로 남아있다.

Notes:

  1. Paul Ryan
  2. Kirsten Gillibrand
  3. Tim Kaine
  4. Sherrod Brown
  5. Citizens United
  6. Brennan Center for Justice
  7. Super PAC, 미국 민간 정치자금 후원회. PAC라고 부르기도 한다.
  8. Chris Herstam
  9. Lee Carter
  10.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11. Dominion Energy
  12. Richmond Times-Dispatch
  13. Indivisible, 우리는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반발로 2016년에 시작된 진보 운동
  14. Our Revolution
  15. Working Families Party
  16. Elizabeth Guzman
  17. Hala Ayala
  18. Joe Dinkin
  19. Nina Turner
  20. People’s Action
  21. Brand New Congress
  22. Justice Democrats
  23. Fayrouz Saad of Michigan
  24. Brianna Westbrook
  25. Alison Hartson
  26. Dianne Feinstein
  27. Medicare-for-all bill: 2017년 9월 13일 버몬트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자 15명과 연방상원에 발의한 법안으로 현재 실시되고 있는 메디케어(은퇴한 노년층에 제공하는 연방정부 의료보험)을 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국민에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28. Autopsy: The Democratic Party in Crisis
  29. Black Women’s Roundtable
  30. Intergenerational Public Policy Network
  31. Essence Festival
  32. Norman Solomon
  33.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34. Laurel Wales
  35. Steve Bannon
  36. Breitbart: 스티브 배넌이 운영하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
  37. People’s Party: 1887년부터 1908년까지 존재했던 미국의 좌파 정당으로 당원들을 두고 흔히 포퓰리스트(Populist, 인민주의자)라고 불렀기 때문에, 포퓰리스트 파티(Populist Party, 인민주의자 정당)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농본주의, 대중주의, 금은복본위제를 지지했다.
  38. Progressive Party: 미국의 전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9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자신의 정당이였던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에 대항해서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지지자와 함께 탈당하여 만든 포퓰리즘 정당이다.
  39. Theodore Roosevelt
  40. down-ballot: 상·하원 등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다른 선출직(주로는 지자체)
  41. New Deal: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제32대 대통령이 1933년~1936년에 추진하기 시작한 경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