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장정, 남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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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송(기획위원, ISC)

2017년은 한반도 평화에 있어 일촉즉발 위기의 나날이었다. 당장 전쟁이 터진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전쟁위기가 고조되었다. 북한은 7월에 미국에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북한 핵 공격 위험에 노출되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이 미국을 위협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대응했다. 북한은 11월에 사거리 1만 3000㎞의 ICBM 화성-15형 발사로 응답했다. 북한-워싱턴의 거리는 1만 1300㎞,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핵과 평화협정 사이에서 북미간 정치군사적 대결은 한반도 전쟁위기로 격화되어 갔다.

12월에 미국은 한반도 전쟁 대비를 감행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포트브래그에서 아파치 헬기와 치누크 헬기 48대를 동원해 실탄 포격 훈련과 군부대와 장비를 이동하는 이전과는 다른 규모의 훈련이 전개되었다. 이틀 뒤에는 네바다 상공에서 제82공수사단 소속 병사 119명이 C-17 수송기에서 낙하 훈련을 펼쳤다. 게다가, 미국 전역의 군사 주둔지에서는 해외에서 신속히 군 병력을 이동해야 할 때를 대비한 동원센터 구축훈련을 계획했다. 1월16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있던 전략 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6대와 약 300명의 병력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미국 미주리 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괌으로 전진 배치된 B-2 3대와 함께 대북 압박 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권이 “코피 전략”이라는 제한적 대북 선제 타격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러한 훈련이 이뤄진 시점이나 범위를 고려하면 특히나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이 모두를 콘트롤 할 수 있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Peace Pyeongchang!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평창 올림픽은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로 방향을 바꾸는 주요 계기점이었다. 2017년 6월 세계태권도선수대회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을 꾸리고 싶다고 발언했다. 3개월 후인 9월 16일, 장웅 북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31차 IOC 총회에서 IOC 소속 매체인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하면서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 문제다. 참가 자격이 된다면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참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 교류를 통해 물꼬를 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밝힌 이전 입장을 바꿨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해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말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에 전격적으로 동생인 김여정을 대표단에 포함시킨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북의 평가를 이해하면 이러한 갑작스런 입장 변화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알렉산더 브론추프 [1] 박사는 38th 노스 [2기고문에 북의 외교 인사와의 대화 내용을 담았다. 기고문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미국은 북한과 대규모 군사 충돌로 인해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도 충분히 감내할 것 같은데, 한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킬 리 없다고 보고, 현재의 위기 분위기나 호전적인 수사, 긴장 고조를 일종의 연출로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날로 커지는 현실을 한국인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평창 올림픽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연기되었지만 올림픽 이후 재개될 군사훈련 때문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처하고,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해야 했다.

2018년 3월 6일에는 남측의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여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약속하고 비핵화와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를 타진했고, 이후 대미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 프 대통령을 면담한 직후 5월 북미정상회담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했던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북한의 핵무력 성장과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향한 일관된 의지, 둘째, 북미간 핵과 평화협정을 향한 교착국면, 셋째, 평창올림픽을 남과 북, 더불어 전 세계의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화 계기에 부응하고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기반해 북미간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이후 한반도 평화정책을 이끌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촛불혁명의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 남북관계 개선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는 기반이 된 측면 또한 강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평화로의 길은 멀고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 안보라인은 이미 강경 매파로 전원 교체되어, 5월 북미정상회담까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미국 간 갈등과 패권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중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되었다. 북미간 정치군사적 대결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평화를 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굳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 615 공동행사, 7월 정전협정 65주년, 815 정부수립 70년, 10.4선언 11주년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굵직한 정치일정이 이어져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Notes:

  1. Alexander Vorontsov
  2. 38th No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