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번역]남한과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글쓴이: 하워드 웨이츠킨
요약 번역: 심태은(번역팀장, ISC), 이재오(번역팀, ISC)

* 본 기사는 Monthly Review의 “COVID-19 in the Two Koreas”를 요약 번역한 글입니다.

코로나 확산이 누그러뜨려지면서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남한 국민들 (출처: Xinhua 2020.03.18)

코로나 확산이 누그러뜨려지면서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남한 국민들 (출처: Xinhua 2020.03.18)

글쓴이 소개: 2019년 풀브라이트 선임 연구위원으로 한국에 와서 서울대에서 공중보건학을 강의함. 2020년 2월에 미국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함.

자본주의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는 그렇지 않은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보다 감염병에 취약하고, 이는 코로나19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윤 추구와 자본의 축적을 목표로 하며 승승장구하던 미국은 기업이 의료계를 장악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이 지나치게 어렵고 의료 비용이 높으며 의료와 관련한 사회 전반적인 조율이 부족하고 공공의료 서비스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하자 혼란에 빠졌다. 정부 기관과 기업은 비효율적이지만 이윤을 안겨다 주던 의료 체계를 수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에는 쓰라린 결과를 맛보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는 국가를 살펴보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라고 하더라도 보건의료와 공공의료에 한해서는 미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중에서 한반도의 분단국가로 정치 경제 체제가 서로 다른 남한과 북한의 사례에 주목했다. 질병, 투병, 사망 등 코로나19의 영향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겠지만 이번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적 식량 생산과 자연 서식지 파괴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살펴보았다.

남한이 거둔 성공의 모순
남한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해 자본주의에 복지국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건강보험 체계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고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의사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우파 성향이 강하지만, 공공의료 정책을 지지하는 의료 전문가 단체도 있다.

남한의 팬데믹 대응 배경에는 정치, 경제, 문화적 특성이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 방위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사회 불평등 역시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심화되었다. 경쟁도 심해져 정신 건강과 웰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대입과 취업 경쟁은 극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자살률이 높은 편이다. 인구 대부분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반면 농어촌의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남한의 코로나19 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은 2015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메르스)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확진자와 치료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태로 수개월 간 이어졌던 촛불집회 끝에 2017년 3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남한은 2020년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섰다. 남한이 취한 조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여행 제한 없음: 해외 입국자를 제한하지 않았다. 팬데믹 초기에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았을 때에도 중국 입국자를 제한하지 않았다. 

  • 감염 위험이 높은 여행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공격적이고 의무적인 진단 검사 실시, 필요시 접촉자 추적, 격리, 치료 의무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화되었고, 핸드폰 앱과 GPS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 접촉자 추적과 격리에 활용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의 신상보다는 방문 장소 위주로 동선을 공개하고, 전국 보건소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감염병 대응에 나섰다. 즉, 감염병 대응의 기본을 제대로 실천했다.

  • 정부와 공공 의료기관, 보건소에서 필요한 지원 제공: 지자체와 공공 의료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했다. 또한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 전국적 봉쇄 실시 없음,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최소화: 영업시간 또는 방문객 수를 제한했지만 각종 영업 시설의 영업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호소했고,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의 경우 방역이 완료될 때까지 이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가 강압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경우 없었음: 정부는 명령보다는 권고의 형태로 접근하며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의무 준수를 이끌어냈다.

  • 대중에게 투명하게 정보 공개: 정부 차원에서 하루에 2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언론 보도와 핸드폰 문자 발송 등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안전행정부가 발송하는 재난 문자는 영어와 중국어로도 제공된다.

감염병의 확산을 통제하면서도 경제의 붕괴를 막은 것은 공공 의료에서 거둔 중요한 성과이다. 수치로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비교표.JPG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논란과 비판 역시 제기되었다. 의협은 문재인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에 나섰던 정부는 추가 규제, 중국 여행객 입국 허용, 1차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농어촌 지역 의료 교육기관 신설에 반대하는 의협의 집단행동에 부딪혔다. 

남한의 진보 세력은 전반적인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부문은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비용은 사회화하면서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민간 의료 부문이 우세한 것 때문에 1차 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람들은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이러한 민간과 공공 의료 부문 간의 모순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중 보건의 비효율성과 문제가 발생했다.

계급 구조에 기반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도 공중 보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콜센터 노동자와 택배 노동자의 경우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었고,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으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기간에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여러 건 발생했다. 또한 공중 보건 의사결정권자가 대부분 남성이고, 휴교로 인한 돌봄 노동이 대부분 여성에게 맡겨지는 등 젠더 불평등 문제도 대두되었다.

코로나19와 기타 감염병의 근본 원인(산업 농업, 광업, 개발 사업, 기타 자연 서식지 파괴 등)에 관한 남한의 대응은 전무하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황폐화되었던 삼림을 복구하기는 했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 스키장 건설로 삼림을 파괴했으며, 포스코(POSCO)는 다른 나라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짓겠다고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다가 국제적 압력으로 개발을 포기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육류 소비 증가로 돼지와 닭의 사육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돼지 급성 설사 증후군(인간 감염 사례는 확인 안 됨) 등이 발생했다. 이러한 산업 육류 생산을 팬데믹의 근본 원인으로 보지 않는 것은 공중 보건 정책의 모순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농업 방식과 비교해 소규모 자영농 방식의 이점을 공부하고 이를 실천하는 농민이 있다. 이들은 산업적 단일 작물 생산과 육류 생산 과정을 변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공장식 돼지고기와 닭고기 생산의 확대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북한이 거둔 성공의 불확실한 현실
주요 보건 관련 매체에서 심지어는 일부 좌파 매체까지 대부분의 매체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거짓이라고 전제한다. 북한에 대한 괴담이 이미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팬데믹의 영향을 조사할 때도 불충분한 정보나 아주 심각한 상황을 기대하곤 한다. 그러나 북한을 둘러싼 이런 지배적 묘사는 진실이 아니다. 

남한에 대한 위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북한 관련 분석 역시 모두 대중에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평양에 지부를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북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2016년 WHO와 북한 보건성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높은 흡연율, 영양 부족, 감염병 확산, 산모 및 영아 의료 서비스 부족,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병, 요오드 부족으로 인한 갑상선 문제 등 북한의 주요 보건 문제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서방 매체는 북한 공중 보건을 논할 때 북한 정부 발표의 진실성을 의심하거나 성과를 과소평가하곤 한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 5일 뉴욕타임스는 북한 정부가 흡연을 공중 보건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김정은은 여전히 흡연을 고수한다며 북한 정부의 노력을 비하했다. 이는 미국 매체가 피델 카스트로의 시가 흡연을 두고 쿠바의 성공적인 금연 정책을 비하했던 것과 동일하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로 인해 심각한 의약품 및 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외교 무대에서 미국은 북한의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수출입을 비롯한 교역과 국제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수많은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1월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5개년 경제계획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고 인정했다. 경제 제재와 더불어 가뭄,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를 겪으면서도 북한은 예상보다 양호한 건강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 대비 의사 수, 영아사망률, 평균 수명 모두 비슷한 경제 규모의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지는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기대 수명, 연령표준화 사망률, 5세 이하 영아 저체중률, 산모 사망률이 한국보다는 나쁘지만  동남아 지역과 세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북한은 WHO와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국제 보건기구들과 협력하여 영아 예방접종을 강화하였고,  2018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 인정을 받았다. 이는 미국 등 많은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가 이룩하지 못한 성과였다. 북한의 홍역 퇴치 정책을 검증한 WHO 보고서는 “북한은 감염병 통제의 모범을 보여주며 WHO는 질병 예방에 관하여 북한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국민을 팬데믹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오직 지배자를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주류 언론의 입장과는 상반되지만 다른 많은 비자본주의 국가들과 유사한 모습이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맞서 신속히 과감한 정책을 펼쳤다. 2020년 1월 21일 북한은 세계 최초로 국경을 폐쇄했고 밀접접촉자는 한 달 동안 정부 시설에서 격리했다. 이를 통해 보균자의 입국을 크게 제한하였으며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키트를 통해 검사를 진행했다. 세계가 팬데믹으로 접어들자 북한은 평양에 종합병원을 신설하고 국민 대부분이 보유한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방역 관련 정보를 전파했다.  

팬데믹 초기 북한은 중국산 생필품의 수입과 북한 자원의 수출 등 중국과 거의 모든 무역을 중단했다. 이후 수입은 일부 철도를 통해 재개하였지만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중국에 인접한 지역의 관광 시설이 외화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팬데믹 기간에 관광 금지는 유지되었다. 

북한은 2020년 7월 전까지는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탈북자 재월북 사건이 발발하자 개성 일대를 8월 중순까지 봉쇄했다. 봉쇄 기간 동안 북한 정부는 식량 공급과 주택이 홍수로 입은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사기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공공부문에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식품을 유통하는 암시장을 팬데믹 중 용인하거나 권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입국을 거의 완전히 금지하는 것으로 남한과 매우 다른 방향을 취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제재로 인한 보건 인프라, 의약품, 검사 및 방역 장비의 부족이 주된 이유로 추측되지만 북한 정부는 왜 대부분의 국가보다 일찍 이런 과감한 조치를 취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WHO 평양 지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발표를 검증했다. WHO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팬데믹의 시작부터 2021년 7월 중순까지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0명을 유지했다. 대부분 주류 언론은 북한 자료에 대한 의심을 표하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 WHO 평양 지부의 과거 전적을 살펴보면 북한 코로나 19 상황에 대한 WHO 발표의 진실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달리 말하자면 북한은 세계 코로나 19 대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팬데믹의 근본적인 원인을 공식적인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 김정은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북한 정부는 삼림 복구 작업을 시작했지만 농촌 지역에서 나무를 난방 및 취사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진전이 느린 편이다. 북한의 육류 소비는 남한이나 중국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며 다국적 농업자본이 진입하지 않았기에 병원균이 발생할 수 있는 공장식 농장이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역시 남한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적인 원인이 생태계 파괴와 공장식 농업에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방역의 숨겨진 성배 
한반도의 두 나라는 서로 다른 경제 체제 아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팬데믹 대응에 성공했다. 남한은 첨단 기술, 잘 훈련된 공공 보건 인력, 대중에게 정보 공개로 투명성 유지 등의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도 국가 차원의 복지로 국민 건강을 유지하였고, 북한은 독자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엄격한 국경 봉쇄와 방역 조치로 감염을 방지했다. 그러나 양국 모두 팬데믹의 근본적인 원인인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육류 생산에 대해서는 조치를 전혀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팬데믹에 노출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팬데믹의 영향과 원인 양 쪽 모두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코로나 19 방역의 숨겨진 성배일 것이다. 한반도의 코로나 19 방역 성공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