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번역] 미국 낙태권 폐지: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본 기사는 People’s Dispatch의 US abortion rights struck down: what now?  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이재오(ISC 번역팀), 김지은(서울여성회)

6월 24일 금요일,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내려진 역사적 판례인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여 미국 여성으로부터 연방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하던 낙태권을 빼앗았다.

낙태에 대한 접근성이 연방 법률로 보호받지 않는 것은 거의 5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여러 보수 성향 주 정부가 흑인, 라틴계 등 인종적 소외계층이 대부분인 수백만 명 인구의 낙태권을 짓밟을 수 있게 되었다. 

수십 년간 낙태권을 위해 투쟁한 활동가 조이스 체디악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계를 50년 되돌려 놓은 것이다. 신체 자기결정권의 문제이다. 여성이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사회의 동등한 일원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낙태권은 언제나 주별로 서로 다른 수준이었으나, 다양한 “방아쇠 법”과 기존에 존재하던 낙태 금지법이 발효됨에 따라 이러한 격차는 더 심해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낙태권 활동가이자 사회주의해방당(Party for Socialism and Liberation) 당원인 카리나 가르시아는 6월 28일 웨비나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의 폐지로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르시아 활동가는 “이는 1960년대, 1970년대 사회운동의 성과에 대해서 보수진영이 50년간 추진해온 반격의 완성이다”라고 말하며 여성과 유색인종의 권리를 위한 운동이 70년대에 쇠퇴한 이후 우익 세력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루어낸 사회적, 경제적 성과를 후퇴시키기 위하여 자본가들과 연합했다고 설명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이러한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신을 ‘도덕적 다수’라고 부른 거대” 교회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물론 그들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다수이지도 않은 기만적이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앨러배마,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웨스트 버지니아 등 다양한 주 정부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지에 대비해 낙태 금지법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이다. 공화당은 수십 년간 에이미 코니 배럿과 클라렌스 토머스와 같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지할 것이 분명한 극우 정치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메릭 갈런드같은 자유주의 성향 법관의 임명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했다.

“방아쇠 법”이란 무엇인가?? 어느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는가?

여러 주는 로 대 웨이드 판례 이후 이르게는 2005년부터 늦게는 2021년에 로 대 웨이드 판례의 폐지 시 발효되는 것이 명시된 “방아쇠 법”을 제정하였다. 사우스다코타주를 비롯한 몇몇 주의 방아쇠 법은 대법원 판결 이후 즉시 발효되었으나 와이오밍 같은 주에서는 주지사의 승인이 있어야 낙태 금지 방아쇠 법이 발효된다. 

일부 주에서 낙태 금지법은 로 대 웨이드 판례 이전 시대에 제정되어 공식적으로 폐지된 적 없이 유지되었다. 오클라호마나 텍사스는 지난 2년간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낙태 금지법을 이미 제정했다. 텍사스주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2021년에 시행했다. 임신 6주는 대부분 임신 자체를 자각할 수 없는 시기이다. 오클라호마 주는 2022년 수정 단계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며 사실상 낙태 전면금지에 돌입해 추후 피임 수단 사용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생겼다.

아칸소, 앨라배마, 미주리 및 테네 주 등을 포함한 여러 주에는 로 대 웨이드 판례 이전과 이후에 제정된 낙태 금지법과 방아쇠 법안이 혼재되어 있다. 

이렇게 혼재된 법안들로 인해 미국 여성들의 낙태권은 지역에 따라 심각한 격차를 보이게 되었다. 가장 부유한 주인 버몬트나 매사추세츠 같은 주에서는 낙태권은 유지될 것이다.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웨스트 버지니아같이 빈곤 수준이 가장 높은 주에서는 낙태가 이미 불법이거나 불법이 될 예정이다. 게다가 가장 악명높은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들은 이전에 노예를 소유했던 디프사우스(Deep South)에 속한 주와 같이 인종적으로 억압받는 사람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다. 

이 판결이 노동자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는 주들은 최악의 영아 및 산모 관련 보건 지표를 보이고 있다. 미시시피주의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8.8명으로 미국 내 최악의 수준이다. 흑인 여성의 산모 사망률이 백인 여성의 산모사망률의 3배를 기록하는 나라에서 낙태 금지법은 미국 내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낙태 금지 주들은 산모 및 영유아를 위한 복지 또한 더 부족하다. 노조 조직을 어렵게 하는 소위 “노동권” 법으로 인해 낙태 금지 주 내 노동자 노조 가입률은 최저 수준이다. 노조는 노동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산모건강과 복지 또한 증진한다. 노조에 가입하여 일하는 산모가 유급 출산휴가를 사용할 가능성은 노조 비가입 산모보다 17% 이상 더 높다.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보편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극소수의 국가 중 하나이다. 

미시시피나 웨스트버지니아같이 빈곤율이 높고 낙태 금지가 엄격한 주에서 산모들은 강제에 의해 출산한 아이들을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 금지에 찬성한 보수 정치인들은 자녀양육 세액공제 제도의 폐지를 막을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을 비롯한 대규모 복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중은 어떻게 맞서 싸우고 있는가?

미국의 민중은 대법원 판결이 발표된 6월 24일부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거리에 나선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생명 존중은 거짓말, 너희는 여성의 죽음에는 신경 쓰지 않잖아”라고 외치며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생명 존중”의 역설을 지적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주의회 의사당에 주둔한 경찰이 민중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였다. 인터넷에 널리 퍼진 한 6월 26일 영상에는 LA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땅으로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러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6월 29일 뉴욕시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법원 판결을 지지한 단체 중 하나인 연방주의자협회가 주최한 만찬에 부유한 지지자들이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뉴욕시 낙태권 집회 참가자들이 대법원 낙태 금지 판결을 지지한 우익 단체 연방주의자협회가 주최한 만찬에 부자 내빈들이 참석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조직 주체: @nycforabortion @nycDSA pic.twitter.com/721no9hNfU

— 트위터 유저 Jeremy Gong (@jergong) June 29, 2022

6월 24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집회에 참석한 한 활동가는 “대법원은 우리를 실망시킨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우리에게 복무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은 지배계급을 섬기고, 부자들을 섬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