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라는 말은 전쟁의 총탄보다 빠르다(2024년 7호 뉴스레터)

* 본 기사는 Tricontinental: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의 “A Word like Peace Is Faster Than the Bullet of War: The Seventh Newsletter (2024)”를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 이재오(번역팀, ISC)

감수: 심태은(번역팀, ISC)

에릭 불라토프 (소련), 수평선, 1971-72

안녕하세요.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에서 인사드립니다.

1월 2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확고한 방어자 2024’라는 이름의 거대한 군사훈련을 시작하여 5월 말까지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NATO 국가들과 스웨덴에서 차출된 90,000명의 병력과 50척의 군함, 80여 대의 항공기가 13개국에 전개되어 동맹의 능력을 과시하고 “부상하는 위협에 맞서 NATO가 동맹국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31개 NATO 회원국 중 6개국(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노르웨이)이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합니다. 이번 NATO 훈련과 동시에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2년간 북대서양 국가들이 제공한 지원보다 감소한 수준입니다. 북반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각국 정부에서 NATO를 통해 러시아 국경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입니다.

확고한 방어자 2024 훈련이 발표된 후 NATO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미국을 방문해 미국 국방성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을 만났습니다. 흥미롭게도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민중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스톨텐베르그는 대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북반구의 우려에 대해 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이 이긴다면 세계가 더 위험해질 것”이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우리 안보에 대한 투자”라고 말하며 “중국도 전쟁의 승패를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이 2년 전 키이우에서 말했듯 우크라이나 민중의 안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반구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약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번 전쟁이 세계에 미친 영향, 그리고 평화의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 위해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노콜드워 브리핑 12호,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의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2년 전,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했습니다. 이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2014년 시작된 분쟁이 가속화되었을 뿐입니다. 2014년, 미국의 압력으로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는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자 했습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분쟁은 신속하게 확장되어 크림 반도가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복귀하였고,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자와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 간 분쟁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2019년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돈바스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NATO의 압력으로 전쟁은 오히려 심화되었고, 3년 후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고 세계의 민중을 위하여 전쟁을 멈추고 협상으로 나서야 합니다. 

투요(독일), 코끼리, 2021

전쟁의 영향

어떤 분쟁에서든 사상자 통계는 논란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에서 5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으며 4,400만 명의 우크라이나 인구 중 6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국외로 피신하고 7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실향민이 되었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쟁이 즉시 중단되지 않는다면 수만 명이 더 목숨을 잃을 것이며 수백만 명이 더 고통받을 게 분명합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또한 파괴되었고,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1년 만에 경제 규모가 29% 감소하였습니다. 전쟁의 영향이 전 세계로 퍼져서 개전 1개월 만에 밀 가격이 21%, 비료 가격이 40% 폭등했습니다. 남반구 국가들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급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유럽 경제 역시 불황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사회 경제적 지출이 아닌, 전쟁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원이 사용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전쟁을 위해 2,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2023년 12월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에게 “승리”를 위해 3,500억에서 4,000억 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규모의 자금이든 군사적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대공세” 실패 후, 군사적 상황에 사실상 변화가 없었고, 변화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명해졌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인간적, 경제적 대가를 계속해서 치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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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크류코프(러시아), 침묵 - 사우르모길라 고지, 2017

해결해야 하는 문제

1) 군사블록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입장. 냉전이 끝나고 난 뒤 유럽은 평화로운 경제 개발을 추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군비 지출을 줄이고, 서유럽의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소련의 에너지, 원자재, 농업, 그리고 우주 기술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과 통합해서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질서정연하고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는 한반도와 베트남, 인도차이나 전쟁과 같이 더욱 심한 냉전 분쟁을 겪은 지역이었지만, 상호 호혜적인 경제 개발을 추구하고 군사, 정치적 블록을 기피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는 1990년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GDP가 400% 이상 성장한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서 그런 정책을 허용하지 않았고, 대신 동유럽까지 NATO 군사 블록을 확대하여 독일 통일 때 러시아를 향해 NATO를 “동쪽으로 한 뼘도” 확장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을 위반하였습니다. 미국은 NATO 확장이 러시아와 유럽에 걸쳐 긴장을 고조시킬 것을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핵무기를 가진 군사 블록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확장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심각한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수많은 동유럽 및 러시아 전문가들이 NATO 확장에 대해 여러 번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고 중에는 미국 냉전 정책의 설계자였던 조지 케넌이 “NATO 확장은 냉전 이후 시대 미국 정책의 가장 운명적인 오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2021년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않는 것에 관한 협상을 제시했습니다. 2022년 3월, 협상 중에 우크라이나는 NATO의 집단 안보 조항에서 영감을 받아, 폴란드, 이스라엘, 튀르키예, 캐나다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는 조건으로 중립국이 되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NATO는 2022년 5월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를 급히 우크라이나로 파견하여 협상을 차단함으로써 전쟁이 일찍 종식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2) 1991년 형성된 우크라이나 국가 영토 내 러시아계 소수 집단의 입장. 200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구 중 30%에 가까운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대규모 언어적, 민족적 소수 집단을 가진 국가는 국내 소수 집단의 권리를 존중해야만 단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어의 사용을 금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정책은 폭발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대 친러 성향이라고 볼 수는 없는 유럽 평의회 산하 베니스 위원회는 “현행 소수민족법은 소수 민족을 보호하는데 전혀 충분하지 않다… 2019년 7월 16일부로 소수 언어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이 이미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을 뿐입니다. 우크라이나 원 영토 내에서 러시아계 소수 집단이 언어적 권리를 비롯한 모든 권리를 회복하거나, 러시아계 거주 지역이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하는 것입니다. 둘 중 어떤 해결책이 현실로 이루어질지가 협상의 주요 주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계 소수 집단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그들의 권리를 박탈하고자 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계가 다수인 서부와 북부에 새로운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군사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모두에게, 특히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더욱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기만 할 것입니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이런 현실은 더욱 확실해질 것이며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교전을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마하무두 진코네 ‘뱁스’ (부르키나파소), 마키스 라스 팔마스, 2018

1961년 소련의 시인 볼로디미르 미콜라요비치 소시우라는 언어의 힘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소시우라는 1898년 러시아 제국 데발체베(현 도네츠크주)에서 태어났으며, 키이우의 공산당원으로서 1965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소시우라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애국심과 소련, 그리고 공산주의 투쟁을 향한 헌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담은 많은 시를 썼습니다. 특히 소시우라는 바흐무트에서 제 1차 세계대전을 겪고 이후 붉은 군대에 자원한 참전용사로서 전쟁에 대한 깊은 경멸을 보였습니다. 같은 세대의 다른 수많은 이들과 같이, 나치에 대한 항전의 중요성을 인지했지만 나치의 군세를 막기 위해 1,900만 명의 민간인을 포함하여 2,700만 명의 소련인이 목숨을 잃은 전쟁의 끔찍한 상흔을 추모했습니다. 그렇기에 말의 힘에 대한 이 아름다운 시를 쓴 것입니다.   

나는 언어의 힘을 알아
총검보다 날카롭고

총알보다 빠르지
비행기보다 빨라 

오 언어여, 행복의 무기여
나는 그대 곁에 사는 게 익숙하오
그대는 사랑에 빠진 꽃,
그대는 증오에 빠진 총검.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비자이 프라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