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국제언론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야기: 브라질 의회 쿠데타 그 이후

글: 김혜숙(IS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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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20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법정’이 열렸다. 브라질 민중전선과 브라질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회와 함께 사회운동단체들이 공동주최한 국제법정은 직무정지에 들어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우파의 의회 쿠데타와 그러한 행위가 전 남미 대륙의 민주주의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심판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실제 재판의 모든 과정을 따르는 모의재판이었지만, 양일간 열린 재판은 멕시코,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전문가들이 배심원으로 참석하여 전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미국 인권 변호사로 이 법정 배심원이었던 아사데 샤샤하니씨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둘러싼 토론을 전 세계에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쿠데타”로 규정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민주주의를 위한 1960년대 미국 외교 정책과 베트남 참전을 재판했던 국제전쟁범죄법정으로 알려진 러셀 법정을 모델로 하여 개최된 국제법정의 국제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모든 민주적 원칙과 브라질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결정 내렸다.

브라질 야당은 브라질 현 정부의 재정 부패를 이유로 4월 17일(현지시간) 하원에서, 5월 12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대통령 탄핵 과정에 착수했다. 그러나 최근 야당 고위층의 광범위한 부패 혐의[1]가 드러나고, 야당 고위 관리들이 호세프 대통령 축출을 위해 부패 혐의를 계획했다는 도청 증거가 폭로되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보수층이 실제 현 정부의 부패를 조사하거나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부패를 보호하기 위해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7일 브라질연방검찰청은 부정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그 결과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을만한 재정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브라질 하원이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근거였던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탄핵안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가져다 쓰고 변제를 미룸으로써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히 지난 201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기 행정부의 경제성적표를 좋게 보이도록 이 같은 편법을 썼고, 그 결과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보고서는 브라질 정부가 구조적으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국영은행에서 빌린 채무를 미루고 사회프로그램에 투자를 해 온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편법은 이전 대통령이 폭넓게 해왔던 관례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탄핵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 변제를 미루는 것은 정부와 은행 간의 계약 문제이지 범죄는 아니라고 밝혔다.

브라질 헌법은 대통령이 “책임범죄”나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만 탄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이 보고서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고 있고,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야당은 탄핵 과정을 계속해서 추진할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이 보고서는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측의 주장에 근거를 사라지게 했을 뿐 아니라, 이번 과정에 대해 근거도 없이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하는 의회쿠데타라고 비난하는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라디오 구아이바와의 인터뷰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더 이상 이번 탄핵이 의회에서 이루어지는 간접 선거가 아님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상원의 탄핵위원회에서 탄핵 결과가 부결로 나왔을 때 국정을 지속해서 이행할 것인지, 대통령 재선거를 한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 탄핵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 공무원, 즉 대통령이나 행정부 각 부처의 수장인 장관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을 의회에 소추해 파면하는 절차를 말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 상정되면 가결 요건인 2/3, 즉 513석 가운데 342석을 넘으며 상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하원 탄핵 표결의 경우 의원 한 명 한 명이 발언과 함께 입장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명 투표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렇게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상원에서 탄핵 소추 심사 표결을 진행하게 되는데, 표결 개시 여부는 단순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된다. 상원의 탄핵 절차는 심의, 토론 절차를 걸쳐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는데,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2/3, 즉 54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이에 따라 상원 전체회의 탄핵안은 최종 표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기간인 8월 26일 즈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 브라질 연방검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뻬뜨로브라스(Petrobras) 석유공사 물류 담당 자회사인 뜨랜스뻬뜨로(Transpetro)사의 세르히오 마차도(Sergio Machado) 전 대표가 7개 정당 소속 25명의 정치인들에게 1억1천500만 헤알(약380억불)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진술하였는데, 언급된 7개 정당은 PMDB(브라질민주운동당), PT(노동당), PSDB(브라질사회민주당), PP(진보당), DEM(민주당), PC do B(브라질공산당), PV(녹색당)이며, 연루된 20여명의 정치인 중에는 테메르(Temer) 임시 대통령, 레난 깔헤이로스(Renan Calheiros) 연방상원의장, 호세 사르데이(Jose Sarney) 전 대통령, 아에치오 네베스(Aecio Neves) 전 대선 후보자 등이 열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