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콜롬비아 국민투표: 잃어버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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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국민투표 결과는 콜롬비아 역사 이래로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반세기 넘게 이어온 내전을 종식 시키고자 하는 기본적인 국민투표 장에 시민 참여조차 끌어낼 능력이 없는 낡은 정치 체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겨우 세 명 중의 한 명만이 투표 명부에 등록했으며 콜롬비아 정치의 특징인 저조한 투표율보다도 더 낮았다. 어제(10월 2일) 국민투표는 지난 22년 동안 최저 투표율이며 중요한 정치사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통계학적인 사실로의 의미만을 가지고 찬성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달리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반대가 승리[ref]편집자 주: 반대는 평화협정을 거부한 사람을 말한다. [/ref]했다. 평화협정 찬성 지지자들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반대 지지자를 이기는 것 이상의 확실한 승리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반대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주 근소한 차이로(0.5%) 반대가 이겼지만 이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 재개표가 이뤄져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목표에 도달했다고 할 수 없다. 아직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좀 이르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정보가 없다. 콜롬비아 국민 대부분이 평화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열망이 평화협정 찬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근번적인 변화를 바라는 국가 의지는 끝없는 대학살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민들은 아바나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맺은 평화협정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에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왜 그랬을까? 몇 가지 가설을 살펴보자. 먼저, 오랫동안 과두 정치 전통으로 부패한 콜롬비아 정치 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도, 마약 밀매의 침투와 불법 무장단체를 꼽을 수 있다. 이 신뢰성 부족은 유권자의 저조한 참여로 표현되었다. 이는 분쟁 지역에서 멀어질 수록 더 두드러졌다. 이 지역에서는 반대가 상당한 표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분쟁 지역[ref]편집자 주: 구획은 주나 도 같은 행정단위와 유사한 정치 지리적 단위[/ref](Departments)에서는 대개 찬성을 지지했다. 다시 말해, 분쟁의 결과로 영향을 받았거나 직접 경험한 농업이나 소농지역에서는 대부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까우카 68%, 초꼬 80%, 뿌뚜마요 66%, 바우뻬스 78%가 찬성을 지지했다. 이와 달리, 분쟁이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고 끊임없이 저항 세력을 악마로 묘사하는 도시 지역 사람들은 평화협정 반대 의사를 표출하기 위해 투표장에 나왔다.

두 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협정과 협정이 미래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라 정계의 주체와 관측들은 이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후안 M. 산토스 대통령은 이를 무시해 버렸다. 관변과 콜롬비아무장혁명군과 밀접한 세력에 만연해 있는 확신에 찬 자신감은 사전 선거조사에 무모할 정도로 집착했다. 이 설문조사는 평화협정에 대해 본능적인 반감을 가진 우리베의 효과적인 선거운동과 평화를 반대하는 세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과소평가하여 터무니없이 실패하였다. 준 군사 단체와 미디어와 관련된 우파는 산토스 대통령을 “반역”이라며 끝없는 비난을 퍼부었고 협정 비준에 강하게 반대한 핵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평화협정을 지지했던 사람들 일부가 날씨[ref]편집자 주: 선거 기간 동안 평화협정 찬성이 우세했던 지역인 콜롬비아 북부해안을 태풍 매튜가 덮쳤다.https://thecitypaperbogota.com/news/how-hurricane-matthew-may-have-destroyed-colombias-peace-vote/14803[/ref]의 영향으로 투표하기 어려웠던 반면에, 인구 면에서 소수 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자들은 투표소로 몰려가서 우세를 점하였다[ref] 역주: 9월 30일부터 콜롬비아 북부 해안지대를 강타한 태풍 ‘매슈’는 찬성 여론이 강세를 보이는 농촌·시골 지역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태풍에 의한 폭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해 투표 마감을 2시간 연장하자고 제안했으나 선거위원회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f]. 우파가 수행한 “테러 캠페인”은 흉하게 희화한 반군 대표 티모셴코 사령관이 이미 대통령 띠를 두르고 취임해서 무방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리스트"의 독재정부를 도입하려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캠페인은 국민이 협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만들고 평화협정 반대만이 이러한 끔찍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적인 해독제라고 선전했다.

요컨대, 이 결과로 인한 좌절감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콜롬비아 평화가 라틴아메리카의 평화임을 수없이 강조하였다. 이 비통한 국민투표 결과를 들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은 지금 엄청난 책임에 직면해있다. 아바나에서 끈질긴 협상에서 게릴라가 보여준 지혜는 이제 새로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선거 패배로 인한 무장 투쟁 재개 움직임이 사려 깊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누그러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콜롬비아 시민은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우리에게 유일한 무기는 말”뿐[ref]역주: 거듭 다짐하며 정글에서 나와 현실 정치 참여를 통한 변화를 추구해나가겠다[/ref]이라 밝히고 있는 티모셴코 사령관의 성명서가 일말의 희망을 준다. 평화협정에 관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후에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번 협상에서 제외되었던 또 다른 반군인 콜롬비아민족해방군도 포함한 평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바라 건데, 그렇게 될 것이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내전으로 콜롬비아의 현 GDP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고 7백 만 농민은 땅을 빼앗기고 고향에서 내쫓겼으며 265,000명의 공식 사망자가 났다. 또한 내전은 간접적으로 250만 명의 미성년 희생자를 냈다. 이는 끔찍한 악몽이며 사랑하는 콜롬비아 국민들을 슬픔과 애통에 잠기게 하는 것이다. 기나긴 내전을 과거에 영구히 묻고 콜롬비아의 남성과 여성은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다. 이는 영웅적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ref]편집자 주: "Sigan ustedes sabiendo que, mucho más temprano que tarde, se abrirán las grandes alamedas por donde pase el hombre libre para construir una sociedad mejor." 이것은 칠레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암살당하기 전 마지막 대국민 연설이다. “멀지 않아 자유로운 인간이 활보할,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한 크나큰 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ref]. 어제 국민투표에서 평화의 길로 한걸음 내딛을 좋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스페인어 원문은 http://www.atilioboron.com.ar/2016/10/el-plebiscito-en-colombia-una.html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 아틸리오 보론 스페인어 번역 : 릴리안 헥스터(편집팀, ISC) 영문번역: 홍정희(번역팀, ISC)

** 본 글은 국제전략센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