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기로에 선 포데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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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0일 금요일
글쓴이: 데니스 로가티크
번역: 홍정희(번역팀, ISC)

스페인의 반긴축 좌파정당 포데모스는 2월 11일과 12일 이틀 간 당 대회(2회 전국시민의회)를 개최하여 차기 지방선거 및 총선을 위한 정치적 진로와 조직구조 및 선거 전략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몇 달간, 포데모스의 양대산맥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와 이니고 에레혼(Iñigo Errejon) 간의 긴장이 심화되었다. 스페인 각 지역 의회에서 그랬듯이 국회에서도 포데모스가 의석 수를 늘릴 수 있는 전략적 비전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시장직 같은 국가기관에 대한 포데모스 지향, 풀뿌리 사회운동과의 관계 설정, 당 선출직과 집행구조의 탈집중화 문제, 좌파연합(IU)과의 관계, 신자유주의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PSOE)에 대한 정치적 노선에 대해 치열한 내부 논쟁을 벌였다.

당 대회는 주로 당의 정치구조를 결정할 세 개의 표결에 초점을 두었다. 즉, 62명의 전국 시민위원 선출, 사무총장 선출, 그리고 정치, 조직, 윤리, 성평등 방침 문서를 채택하는 것이다.

2014년 11월 포데모스 창립총회에서는 이글레시아스와 에레혼이 당내 반자본주의 경향에 반대하는 세력(Sumando Podemos)에 맞서 공동전선(Claro Que Podemos)을 형성하기도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민의회에는 위원회 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 부류의 정파가 참여하고, 이들이 제출한 각각의 문서를 채택을 할 예정이다. 한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사무총장의 유일한 후보자로 입후보했다.

세 정파의 구성을 보면, 신자유주의 중도우파인 시민당(Ciudadanos)의 지지와 사회노동당의 기권으로 인해 보수 국민당(PP)의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의 “3당 연합”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내부적으로 일어난 몇 가지 중요한 변화와 발전을 엿볼 수 있다. 6월 26일 재총선에서의 “선거 기계” 전술 실패와 이글레시아스와 에레혼 사이의 양극화에 따른 당의 본질에 대한 논쟁 또한 뜨겁게 진행되었다.

2014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 선거에서 포데모스의 접근 방식과 정치구조를 지배했던 "선거 기계" 프로그램은 인디그나도스 운동(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의 부상으로 인해 열린 대규모의 정치공간을 빠르게 선점하고, 경제 위기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계층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좌파연합(우니도스 포데모스, 단결한 우리는 할 수 있다)과 선거연합을 꾸려 대응했음에도 2015년 12월에 비해 약 100 만 표를 잃은 6월 26일의 실망스러웠던 선거 결과와 9월 지방 선거에서 거둔 보통 수준의 결과, 전국에 걸쳐 나타난 사회운동 동력의 전반적인 하락과 우파 소수당인 국민당 정부의 귀환으로 인해 "선거 기계"의 한계와 현재의 20-25%대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함에 대한 내부 논쟁이 촉발되었다.

에레혼은 "좌우를 넘어 미래로!"라는 포데모스의 대표 구호를 유지하면서 당이 선출직과 국가기관 진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 이글레시아스는 광범위한 계급투쟁과 사회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 선거 중심 운동에서 탈피할 것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또한 그는 “3당 연합”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를 지속적으로 공고화해서 사회가 보다 급진적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글레시아스 그룹 -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Podemos Para Todas) 그룹은 파블로 이글레시아, 이레네 모네떼로(Irene Monetero, 스페인 의회의 포데모스 대변인), 파블로 에체니케 (Pablo Echenique, 아라곤 포데모스 대표), 빈센트 나바로 (Vincent Navarro, 유명한 경제학 교수), 라파엘 마요랄 (Rafael Mayoral, 포데모스 하원 의원, 사회운동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정치 계획은 15M(5월15일) 운동과 라스 마레아스(Las Mareas, 조수)에 기반을 두고 발전한 반긴축 사회운동에서 포데모스가 태어난 당시 가졌던 본래 목표를 지향한다. 기존 사회운동을 지지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회운동과 관계를 맺으면서 부활한 사회적 투쟁은 2014년 이후 포데모스가 점령한 정치 공간 확장의 핵심적 논거가 되었다.

또한, 사회당 같은 "구시대" 주류 정당과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좌파연합과의 기존 동맹을 유지하고 다른 반긴축 정치 세력과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구성원들의 토론과 참여 공간으로서 "포데모스 서클(Podemos Circles)"의 부활은 풀뿌리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위한 핵심 사안이다. 동시에, 조직의 다양한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 당의 지역 및 자치지부와 선출직 대표자간의 의사결정의 "분권화"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지도부와 당의 중앙 집권적 지도 체제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이 전략의 구체적인 목표는 "항상 현실에 입각하는 것"과 최소 당원 100 만 명과 핵심 당원 10 만 명 확보를 위해 현재의 당원 수 50 만 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게 되면 포데모스는 국민당을 무너뜨리고 좌파 정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2019년과 2020년에 있을 지방 선거와 총선을 준비하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

에레혼 그룹 - "희망 복구" "희망 복구"(Recuperar La Ilusión) 그룹의 대표적 인물은 이니고 에레혼, 리따 마데스트레(Rita Maestre, 마드리드 시의회 의원), 후나 뻬드로 야네스(Juan Pedro Yllanes, 전직 판사이자 발레아레스제도의 하원 의원), 빠블로 버스틴듀이(Pablo Bustinduy, 포데모스 국제관계 담당), 타니아 고나세스(Tania Gonazez, 포데모스 유럽 의회 의원), 산티아고 알바 리코(Santiago Alba Rico, 저명한 좌익 작가)이다. 이 그룹은 포데모스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에게 폭넓게 호소해서 사회당 득표수를 능가하는 것이 목표이다. 주요 방법은 중산층에 포데모스의 대표 구호인 "좌우를 넘어서자"라고 중점적으로 호소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당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광범위한 애국적인 대중의 힘에 합류하기 위해, 스페인 경제 및 사회 계급을 초월하고, 스페인 사회의 다양한 세력을 끌어들이며 "유혹"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는 것에 일조할 것이다.

이들의 계획은 지방자치단체(예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및 지방정부(예 : 발렌시아와 나바라)의 기관에서 포데모스가 차별화되고, 보다 효율적이고 정직하며 유능한 행정을 펼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

그 밖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스페인의 현재 지역 분할에 따라 당을 분권화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 권한을 지역 시민위원회로 넘기며, 지자체 및 지방정부 사업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반자본주의자 - "운동 내의 포데모스" 당 내의 포데모스(Podemos en Movimiento)는 유럽의회의 포데모스 소속 의원인 미구엘 우르반(Miguel Urban), 안달루시아의 포데모스 대표인 테레사 로드리게즈(Teresa Rodriguez)가 이끄는 당내 반자본주의 경향이다.

에레혼과 이글레시아와 달리 제 3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자본주의자들은 대개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가 내놓은 발언과 제안과 비슷한 맥락의 사회적 저항과 사회변화를 이끄는 세력으로서의 포데모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들은 사회운동을 포데모스의 "제도화"에 대한 반발이며, 포데모스가 스페인의 선출 구조 내에서 반긴축과 대중 투쟁 프로그램을 이행토록 하는 기제로 본다.

이 입장은 이글레시아와 에레혼 식의 포데모스에 대한 비판과 차이점을 담고 있다. 이 그룹은 특히 당의 선출 구조와 시민위원회(특히 안달루시아 지역)의 분권화를 요구하면서 당이 2020년 총선 승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과 거리 양 쪽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또한 좌파연합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그룹과의 동맹 유지를 지지한다. 동시에, 반자본주의자 자신의 제안서와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의 내용을 통합한 주요 문서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강조하였다.

이글레시아와 에레혼 간의 전략적 사고의 극렬한 차이는 2014년 10월 이후 당 내에서 발생한 모든 모순과 내부적 차이가 극에 달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2차 당 대회는 포데모스의 저명한 두 지도자 간 분쟁의 근저에 있는 정치적,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2차 당 대회에서 투표 한 결과로 당 내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의 지위를 결정할 것이다. 비록 사무총장 직에 대한 직접 선거로 이글레시아스가 실질적인 도전에 직면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의 패배와 정치 문서 거부는 그의 지도력의 끝을 보이는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사무총장 ‘거리로의 복귀’ 천명 - <그린레프트위클리((Green Left Weekly)>의 ‘의회 승리 후(After congress win)’ 기사 내용을 토대로 전국시민의회 결과 분석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가 제안한 네 가지 의견문서 모두 압도적 지지(최저 득표율 53%)로 채택되었고, 이에 따라 당의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또한 시민위원회 총 60석 중 37석을 차지한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는 당의 정책 결정 기구인 시민위원회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희망 복구" 그룹은 23석을, "당 내의 포데모스"는 2석을 차지했다. 에레혼과 경쟁 없이 이글레시아는 89.09%의 지지로 그의 유일한 경쟁자를 쉽게 격파했다. "모두를 위한 포데모스" 승리에 기여한 중요한 요소는 이글레시아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사임할 것이라는 발표였다. 이글레시아는 앞으로 나아기 위해서 라호이 정부에 대한 사회저항에 다시금 집중하고자 한다. 또한, 그는 당이 사회당과 거리를 두기를 원하는 한 편, 다른 반긴축 운동과는 계속 연대하기를 원한다. 이글레시아는 또한 단결, 겸손, 여성의 대표성 강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