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떼 암쁠리오: 칠레를 위한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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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띠아스 바예호스(자주적 좌파, 프렌떼 암쁠리오 활동가)
번역: 지민경(번역팀, ISC) 황정은(사무국장, ISC)

칠레는 폭력과 불평등의 나라이다. 국가에 의한 기본적인 사회 권리의 보장 없이,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장 가난한 국가로 자리매김 해 왔다. 대학교육의 질은 세계에서 가장 낮지만 학비는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정치, 경제 권력이 시민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앗아갔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면서 민중의 삶을 지배해 왔다. 칠레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2위이며, 이를 넘는 유일한 국가는 한국이다.

이것은 독재 시기에 무너진 시민사회와 체제 과도기[1]동안 벌어진 신자유주의의 모델의 심화, 그리고 사회운동에 대한 차별적인 배제로 인한 결과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상황이 변화했으며, 여러 사회운동에서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데 핵심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2006년과 2011년에 모두를 위한 자유와 양질의 교육 투쟁을 위해 국민의 대부분이 참여했던 학생운동이 한 예이다. 프렌떼 암쁠리오(광역전선)는 사회운동의 요구에 기반하고, 정치의 사회적인 변혁 과정에서 기본적인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운동 세력의 자주성을 증진하고, 그들과 함께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정당이다. 독재시기에 탄생했고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설립 이후 지난 27년 간 유지된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17년 11월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프렌떼 암쁠리오가 창립되었다.

군부 독재 전, 1970년에 최초로 민주적 과정을 통해 정치인이자 의사인 살바도르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하는 사회주의 정부가 선출되었다. 아옌데의 주 목표는 칠레의 자본주의적 경제 시스템을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천연자원(주로 구리)을 국유화해야 했고,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 권리(예: 건강, 교육, 주거)를 확대해야만 했다. 아옌데의 정권 하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칠레 부르주아는 소수만이 이러한 자원을 누릴 수 있게 제한했다. 칠레 부르주아는 미국(주로는 CIA)의 도움으로 사회와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캠페인을 주도하여 주요 자원을 빼앗고 국가 발전까지 저해했다. 미국이 칠레를 빈곤과 물품 부족 상황으로 내몬 후, 칠레 군 지도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쿠데타는 아옌데의 사망으로 끝났다. 군부 독재가 시작되었고, 독재에 반대하는 지도자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탄압 받았고 암살당했다. 일부는 정치적 망명길에 올랐다. 독재정권은 반대 세력이 없이 지금까지도 칠레에 남아있는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적 모델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1990년에 칠레에 형식적 민주주의가 찾아왔지만, 과도 정부는 독재정권 시절에 자리잡은 체계를 지속적으로 심화시켰고, 칠레 시장을 확장시켜 저급한 일자리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양산했다. 당시 전통적 좌파와 독재정권 반대세력으로 구성된 정부가 정치에서 사회적 행위 주체를 배제시키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러한 상황은 2006년과 2011년 이후 점진적으로 반대에 직면했다.

칠레 신자유주의 모델의 모순을 겪어온 이러한 사회적 행위주체들은 오늘날 정치적 엘리트, 무엇보다도 기업의 사회적 이해관계로 점철된 편협한 정치적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프렌떼 암쁠리오는 다양한 정치, 사회 조직을 대표하여 2011년 등장한 세력 사이에 나타난 새로운 정치적 노력의 발현이다.

프렌떼 암쁠리오에서 칠레 민중의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식민지화한 시장에 맞서기 위해 (최근 사회적 투쟁의 열기로 만들어진)정치적 세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본다. 프렌떼 암쁠리오는 사회운동의 요구를 정치적 논의의 장으로 옮기는 견인차이며 언제나 사회운동의 자주성을 정치의 사회적 성격을 변혁하는 데 핵심 요소로 보고 이를 증진하고자 한다. 이는 중요한 역량을 가진 좌파를 건설하고, 현 정치 상황에 균열을 내고, 수십 년 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이런 과정은 정치에서 배제되고 다양한 투쟁에서 나타난 새로운 주체를 동원할 때에만 변혁적인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회 투쟁을 구현하는 후보를 낸다. 국회의원 후보 까밀라 로하스 발데라마(Camila Rojas Valderrama)는 2016년 학생 운동 지도자였다. 또한 12개의 정치적, 사회적 운동 단체에서 프렌떼 암쁠리오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낼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권리를 위한 국회 내 세력을 구축하고, 사회 운동을 위한 장을 만들고자 한다. 단순히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겉모양만 바뀐 과도정치에 대적하는 아이디어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의 권리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삶과 교육, 보건, 은퇴, 주거, 천연자원을 되찾기 위해 활동한다. 우리는 환경을 존중하고 사회적 권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모두를 위한 칠레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회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체제를 극복하고, 기업의 권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참여적이고, 민주적이고, 다원주의적인 비전을 가진 변화를 위한 다양한 세력이 단결해야만 가능하다.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칠레의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를 가진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운동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리하여 다수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고 법을 제정하기 위한 진정한 선택권이 있는 정치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정치 지형은 역사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2017년 11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가 계급과 기관은 심각한 합법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는 부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는 정치가 사회로부터 단절된 것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일에도 비판과 의견충돌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력들이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해 칠레 좌파가 해산되었던 역사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위협한다. 그래서 프렌떼 암쁠리오가 낸 대선과 총선 후보들은 사회적 권리 회복뿐만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서 최근 고조된 운동으로 생겨난 단체의 자주성을 지키면서 변혁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프렌떼 암쁠리오는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대안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수를 빠르게 바로잡고 예방하기 위한 비판적인 성찰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행동에 엄격해야 하며 우리가 비판하는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칠레의 주요 정치 세력으로서 단결하고, 사회운동 진영의 요구를 정부와 국회의 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활동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파당(The Right,야당)과 새로운 다수당(The New Majority)(조정 혹은 과도정부)의 양당 체제에 대안이 되는 변혁적인 정치적, 사회적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모두를 위해 권리를 지키고, 환경을 존중하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가지고, 시민 사회와 변화를 위해 조직된 세력의 참여를 동반하는 새로운 칠레를 위해 근간을 세우고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칠레를 건설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세력을 조직하고 우리의 권리 회복이 새로운 민주 사회의 근간을 형성해 아옌데가 1970년대 시작한 것을 이어나가자고 제안한다.

  1. 독재가 종식되고 형식적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독재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심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