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긴축재정에 저항하는 흐름이 강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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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이먼 버틀러
번역 : 황정은(사무국장, ISC)

* 본 기사는 그린 레프트 위클리(Green Left Weekly)의  “In Britain, there's a sense of a growing rebellion against austerity”를 번역한 글입니다. 그 누구도 글래스톤베리 음악축제에서 68세 사회주의자가 200년 전에 쓰여진 시를 암송하는 것이 가장 화제가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24일 글래스톤베리에서 노동당(Labour) 대표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의 연설에 축제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것이라고 영국 음악주간지 NME(New Musical Express)는 전했다.

6월 8일 선거 이후 영국 정치권에 또 다시 변화가 생겼다.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보수당(Conservatives)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고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은 2015년 선거에 비해 지지율이 10퍼센트 포인트 올랐다. 이러한 변화에는 특히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타워(Grenfell Tower)] 화재 당시 정부의 직무태만에 대중이 격렬하게 분노한 데에 그 핵심이 있다.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이 생겨났고 열성적인 군중과 활발한 시위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빈 대표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수당의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총리는 현재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야유와 조롱이 따르는 것 같다.

메이 총리가 그렌펠 화재 희생자들과의 대화를 위해 뒤늦게 나타났을 때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응으로 쫓겨났다. 심지어 6월 24일 리버풀(Liverpool)에서 열린 연례 국군 가두행진(Armed Forces Parade)에 메이 총리가 참석했을 때 일부 군중이 야유를 퍼부었다.

현재 노동당은 선거에서 계속적으로 보수당을 앞서고 있고 코빈 대표는 처음으로 선호하는 총리 후보가 되었다. 패널베이스(Panelbase)가 6월 16일부터 21일 사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46%, 보수당은 41%의 지지율을 받았다.

한편 6월 10일 서베이션(Survation)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45%, 보수당이 39 %의 지지율을 받았다. 일주일 후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3 퍼센트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왔다.(노동당 44%, 보수당 41%)

최근 패널베이스는 메이 총리와 코빈 대표가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묻는 또 다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45%가 코빈 대표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28%만이 메이 총리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민주연합당과의 연정
보수당이 북아일랜드 극우보수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의 연정의 대가로  15억 파운드(약 2조 2000억원) 지원을 약속한 이 거래는 메이 총리의 추락하는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연합당이 국회에서 보수당을 지지하는 것을 보장하는 대가는 영국 내 모든 자치구 타워블록[1]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12억 파운드(약 1조 7천억원)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다. 메이 총리는 현재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보수당 의원들은 최근 예산 삭감에 영향을 받는 소방관과 같은 응급서비스 노동자들을 포함한 공공 서비스부문의 임금 동결을 해제하라는 노동당의 제안을 부결시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보수당과 민주연합당의 연정은 북아일랜드에서 진행중인 불안정한 평화 협상 과정에도 위협이 된다.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이 관할권을 가지는 6개 아일랜드 자치주로 구성되어 있다.

“더 트러블스[2]”로 알려진 수십 년 동안의 폭력적인 분쟁을 끝내기 위해 1998년 체결한 성금요일협정[3]에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공동체의 정치 대표와 친영국 통합주의자 간에 권력을 공유하는 협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최대 통합주의자 그룹인 민주연합당과 아일랜드 공화국 정당인 신페인당(Sinn Fein)의 공동 정권은 무너졌다. 신페인당은 평등과 민주연합당이 연루된 공적자금 횡령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공동 정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한 교착 상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보수당과 민주연합당과의 연정은 협상에서 “중립적 중재자”를 자임한 영국 정부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또한 민주연합당은 “하드 브렉시트[4]”를 주장하지만,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 다수가 브렉시트를 반대함에도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게리 아담스(Gerry Adams) 신페인당 대표는 민주연합당-보수당 연정은 “성금요일 협정을 위협”하고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위기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선거 요구
보수당-민주연합당 연정은 불안정하며 잘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은 비평가들은 몇 달 내에 조기 총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동당 그림자내각 재무장관[5]이자 코빈 대표의 조력자인 존 맥도넬(John McDonnell)은 노동조합과 지지자들에게 7월 1일 런던에서 열리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민중모임(People’s Assembly Against Austerity) 행진에 “100만”명의 참가자를 조직할 것을 요청했다. 이 행진에서는 보수당의 소수 정부가 추진하는 반민중 의제에 반대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에 우호적인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보수당과 코빈 대표의 진보 정치와 오랫동안 아일랜드 독립을 지지해온 입장을 경멸하는 민주연합당은 새로운 선거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보수당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보존 본능과 함께 기득권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어떠한 피해를 줄지와는 상관없이 단기적으로 민주연합당과 연정을 유지하라는 압력이다.

위협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글래스톤베리에서 코빈 대표의 연설은 군중의 환호와 박수로 여러 번 중단 되었다. 이날 코빈 대표가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면, 장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하라는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코빈 대표는 이어 “정치는 사실 일상 생활에 대한 것입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에 대한 것입니다…  영국에서 지난 7주간 진행된 선거 운동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전문가들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엘리트들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끌면서 정말 자랑스러웠던 멋진 선거운동으로 많은 민중이 정치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민중이 정치가 자신들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고무적이었던 것은 처음으로 정치에 참여한 청년의 수 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청년은 “자신들이 폄하되는 것에 질렸고, 자신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것에 질렸고, 그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듣는 것에 질렸고, 청년 세대가 의료, 교육, 주택, 연금과 모든 것을 위해 더 많이 지불하고 적게 받는다고 듣는 것에 정말 질렸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을 받아 들어야 하고, 불안정함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이 삶의 일부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에 질렸다”고 말했다.  

“글쎄요, 그렇게 되지 않았죠, 그렇지 않습니까?”

‘너희들은 많고’
코빈 대표는 새로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정치는 다시는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사회와 삶에서 기존과는 많이 다른 무언가를 요구했고, 그것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빈 대표의 발언 중 가장 크고 긴 박수가 터져 나왔던 부분은 코빈 대표가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1819년 시 혼돈의 가면극(The Masque of Anarchy)에서 유명한 시구를 암송했을 때였다. 이 시구는 노동당의 선거 구호인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하여”와도 일맥상통한다.

코빈 대표는 시구를 암송했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처럼 일어나라/물리칠 수 없는 수로/땅에 묶인 사슬을 떨쳐 버려라/잠에 든 네 위에 떨어진 이슬처럼/너희들은 많고 그들은 적으니.”

코빈 대표는 축제 참가자들에게 “우리가 함께 한다면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가진 힘을 알아야 한다”고 요청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1. 고층 아파트를 의미하며, 공공주택의 성격을 가진다. 1960~70년대 노동계급의 주거 문제 해결책으로 건설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의 흉물처럼 되어갔으며, 가난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2. 아일랜드 공화국이 영국 연합왕국에서 독립할 당시 얼스터의 일부 지방은 영국에 남음으로써 비롯된 일련의 민족주의 분쟁을 말한다. 1960년대 말에 시작되어 1998년 벨파스트 협정으로 마무리되었으나 협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산발적 폭력으로 점철되었다.
  3. Good Friday Agreement: 1998년 4월 10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체결된 평화 협정이다. 협정이 체결된 날이 부활절 이틀 전인 성금요일(Good Friday)이었기 때문에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4. hard Brexit: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란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완전한 탈퇴를 뜻하고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란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하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은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5. Shadow Chancellor: 그림자 내각은 주로 영국식 웨스트민스터 체제 의원 내각제에서 제1야당 소속의 당원들로 구성된 부차적인 내각이다. 그림자 내각은 제1야당의 당수가 이끌며 그 밑의 원로 당원들이 여당의 내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제1야당이 여당으로 승격 할 때에 그림자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은 대체로 새로운 내각의 장관으로 임명된다. 그러므로 그림자 내각의 역할은 내각이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의 정책과 행동을 비판 또는 여당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