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간담회] 쿠바가 직면한 위기와 민중의 힘
평화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트럼프 정부의 공격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을 향한 공격부터 베네수엘라, 이란, 쿠바를 향한 군사적 침공과 정치적 개입까지, 세계 패권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법 위반과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이러한 미국의 만행에 대항해 민중은 단 한 번도 저항과 연대 행동을 멈춘 적이 없다.
국제전략센터와 트럼프 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는 세계 곳곳에서 투쟁하는 민중과 연대하기 위해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활동가들과 네 차례의 국제간담회를 진행했다. 두 번째 간담회는 60년 넘게 미국의 봉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쿠바의 위기 상황은 어떠하며 민중은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월 9일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 대사를 모시고 진행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쿠바 후안 마리넬로 연구소 안토니오 그람시 연구원이자, 인민권력국가회의 의원이며, 대중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는 야니스카 루고 곤살레스 의원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연결해 쿠바 현지의 상황을 들어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석유 봉쇄로 인한 심각한 전력난으로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최근 노콜드워에서 인터뷰했던 내용을 통해 쿠바 현지 상황을 들었다.
또한 이번 연대 행사에 쿠바 인민우호연구소(ICAP)의 페르난도 곤살레스 요르뜨 대표가 인사말을 보내주었다. 인민우호연구소는1960년 피델 카스트로가 설립한 준정부기구로, 전 세계 150여 개국 이상과 연대 및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국제 사회기구이다. 페르난도 곤살레스 요르뜨 대표는 쿠바의 최고 주권기관이자 입법부인 인민권력국가회의 의원이자 쿠바공산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 글은 행사의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행사 전체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피델 카스트로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이번 어려움도 극복할 것
▲페르난도 곤살레스 요르뜨 대표 영상 인사말 쿠바 인민우호연구소(ICAP)의 페르난도 곤살레스 요르뜨 대표가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국제전략센터
페르난도 곤살레스 요르뜨 대표는 영상 인사말을 통해 미국의 대쿠바 경제 전쟁에도 쿠바 민중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26년은 피델 카스트로 총사령관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국제 콜로키움: 피델의 유산과 미래>가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쿠바에서 개최함을 알리며 한국에서도 많은 참여를 요청했다.
미국의 쿠바 봉쇄조치는 집단학살과 다름없다
▲야니스카 루고 곤살레스 의원 영상 메시지 쿠바 후안 마리넬로 연구소 안토니오 그람시 연구원이자, 인민권력국가회의 의원이며, 대중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는 야니스카 루고 곤살레스 의원이 영상으로 쿠바 현지 상황을 말하고 있다. ⓒ 국제전략센터
야니스카 루고 곤살레스는 영상을 통해서 현재 쿠바에 대한 공격과 이에 맞서는 민중의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미국의 봉쇄는 불의, 침략, 국가의 권리 제한, 민중의 자결권 침해를 의미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미국 헬름스-버튼법인데, 이는1996년 미국의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과 댄 버튼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하여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한 법이다. 헬름스-버튼 법은 쿠바 혁명 이후 국유화된 자산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와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쿠바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의 기업을 압박해 쿠바와의 무역을 제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쿠바 경제의 전략 자산 봉쇄가 이루어졌다.
또한, 쿠바는 테러 국가 목록에서 빠졌었지만 트럼프 정권이 재지정했다. 이 때문에 쿠바는 다른 국가와 금융 거래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쿠바 경제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산업도 많이 쇠락했다. 이처럼 미국의 경제 봉쇄와 개입은 관광, 원유 등을 정밀 타격하면서 쿠바 민중의 삶을 고립시키며 파괴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봉쇄는 집단학살과 다름 없다.
쿠바는 부가 아니라 사람중심의 사회
석유 봉쇄로 물을 끌어 올릴 펌프도 작동하지 못하니 물도 부족하고, 전기를 생산할 수 없어 삶을 지탱하는 많은 영역에서 문제가 생긴다. 현재 학교에서는 전력난으로 수업일수를 일부 줄여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쿠바는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도 조금이라도 가진 걸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이미 많은 공동체에서 공동 식당을 꾸려 집단 돌봄을 하고 있다. 쿠바 사회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것을 우선시한다. 사람 중심으로 나누고, 연대하고, 존엄하게, 쟁취한 권리에 기반한 문화를 가진 곳이 바로 쿠바이다.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 대사는 미국의 일방적인 대쿠바 봉쇄의 역사와 봉쇄가 쿠바 사회에 미친 영향, 그리고 봉쇄 조치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 대사 3월 9일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 대사가 평화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간담회에서 "미국의 침공에 맞선 쿠바"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국제전략센터
일방적인 미국의 쿠바 봉쇄 역사
미국에게 쿠바는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이다. 그래서 미국은 18세기부터 쿠바를 사기위한 5번의 시도를 했다. 미국의 먼로주의는 1823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미국 국무장관 존 퀸시 애덤스가 주장한 대쿠바 정책인 '잘 익은 과일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가 '잘 익고 있는 과일'이며 다 익으면 '미국의 손에 떨어진다'는 정책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쿠바가 '잘 익을 때까지' 독립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았고 그 결과 쿠바의 독립은 늦어졌다. 하지만 쿠바가 스페인을 상대로 한 30년 간의 독립전쟁 막바지에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벌였다. 전쟁에 승리한 미국은 스페인과 조약을 맺었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영토를 미국에게 넘겨준다. 당시 쿠바는 여기에 속하지 않아 공화국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과 다름없었다. 이는 1902년 레너드 우드 미 군정 총독이 1901년 당시 루즈벨트 미 대통령에게 쓴 서한의 일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쿠바에게 독립은 거의 혹은 전혀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방안은 병합(annexation)을 모색하는 것 뿐입니다. 통제권은 머지않아 확실히 우리의 소유권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곧 전 세계 설탕 무역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섬은 점진적으로 미국화될 것이며, 때가 되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풍요롭고 탐나는 영토 중 하나를 갖게 될 것입니다".
쿠바는 공화국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거의 미국이 지배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작지가 미국 회사 소유였고 당시 주요 생산품이었던 설탕 산업도 미국이 하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쿠바에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쿠바혁명 이후 혁명 정부는 가장 먼저 미국 회사가 소유한 토지를 국유화했다. 쿠바 정부는 미국 회사에 토지에 대한 보상을 하려 했지만 미국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 정부가 보상없이 토지를 강탈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쿠바에 대한 봉쇄조치의 시작, 1960년 맬러리 메모
당시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였던 레스터 맬러리는 대통령에게 썼던 메모에 쿠바에 대한 봉쇄 조치의 이유는 무엇이며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쿠바인들은 카스트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치 반대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내부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 수단은 경제적 불만족과 고난에 기초한 환멸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뿐입니다. 쿠바의 경제 생활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쿠바에 자금과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하고, 실질 임금과 화폐 가치를 하락시켜 굶주림과 절망을 유발하고 정부를 전복시키는 행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60년 넘게 이어온 봉쇄 정책의 영향
봉쇄 정책은 단순히 쿠바가 미국과 무역을 할 수 없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쿠바산 상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모든 제품은 미국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쿠바에서 생산된 니켈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한다면 이 상품은 미국 시장에 팔 수 없다. 또한, 미국 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제품을 쿠바가 수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이 10%이하로 들어간 제품은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쿠바에 방문한 국제 선박은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선박 회사들은 미국으로 갈 것인지 쿠바로 갈 것인지를 두고 양자택일을 해야 하고 당연히 미국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한다. 그 결과, 쿠바는 무역의 기회가 매우 제한되며 무역을 한다고 해도 드는 비용도 매우 높아진다.
금융 시스템에서 많은 제약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쿠바에서 다른 나라로 송금을 할 때 달러를 사용할 수 없고 미국 지분이 있는 은행을 거치거나 미국 은행과 연계된 은행을 통한 송금은 모두 불허된다. 현실적으로 쿠바는 국제 무역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고립된다.
쿠바 정부는 매년 봉쇄로 인해 소모되는 비용을 산출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700억달러가 소모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쿠바 내 테러 및 국가 혼란 조장
경제적인 봉쇄 조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쿠바 내부에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테러 행위를 지원해왔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테러 지원국인 것이다. 많이 알려진 사례는 1961년의 피그스만 침공이다. 미국이 쿠바 혁명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에 재정을 지원하고 침공 작전을 지휘했다. 또한, 1976년도 쿠바 항공기 폭파 사건이 있었는데, 이 또한 반카스트로 성향의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아 저지른 테러였다. 이 사건으로 15~21세의 쿠바의 펜싱 대표 선수 24명이 모두 사망했다. 또한, 1990년대에는 관광 산업이 주요 수입원인 쿠바에 경제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 호텔과 같은 민간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행위를 지원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러한 테러행위로 사망한 사람들이 34,000명이 넘으며 영구적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6,000명이 넘는다.
가장 최근에는 올 해 2월 28일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출발한 모터보트가 무기를 싣고 쿠바 영토를 침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 사전에 발각되어 전원 체포되고 무기도 압수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의 테러 행위 2026년 2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출발한 모터보트가 무기를 싣고 쿠바 영토를 침입하려는 시도가 발각되어 압수된 무기들 ⓒ 주한쿠바대사관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주한 쿠바 대사는 발제를 마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의 쿠바 봉쇄는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 독립된 국가, 자주 국가라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서 초래합니다. 쿠바는 오늘날 주권을 가진 정의로운 국가로 그 어떤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평등 지표와 사회 포용성, 수준 높은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국가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미국의 경제 봉쇄와 재화 부족 조건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이뤄온 것들입니다. 쿠바는 지금도 미국의 경제 위협과 군사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석유 봉쇄로 매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쿠바는 주권을 지켜나갈 것이며 역사적으로 다양한 위기를 견뎌낸 것처럼 이번의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쿠바 민중은 저항력이 있습니다. 민중은 혁명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것이 주권을 지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위험한 상황은 쿠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쿠바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험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인권과 국제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쿠바와의 연대 주한 쿠바 대사와 간담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쿠바와의 연대를 외쳤다. ⓒ 국제전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