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간담회] 미국 침공 이후, 지금 베네수엘라 상황을 듣다
평화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트럼프 정부의 공격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을 향한 공격부터 베네수엘라, 이란, 쿠바를 향한 군사적 침공과 정치적 개입까지, 세계 패권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법 위반과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이러한 미국의 만행에 대항해 민중은 단 한 번도 저항과 연대 행동을 멈춘 적이 없다.
국제전략센터와 트럼프 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는 세계 곳곳에서 투쟁하는 민중과 연대하기 위해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활동가들과 네 차례의 국제간담회를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간담회는 미국이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하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이자 베네수엘라 국회의원인 실비아 플로레스를 납치하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체제가 들어선 이후의 현지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했다.
간담회는 3월 11일에 이뤄졌으며, 카를로스 론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중남미 코디네이터가 참여했다.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에 합류하기 전에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베네수엘라 외교부에서 북미 지역 외교부 부장관을 역임했다. 아래 글은 간담회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전체 간담회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카를로스 론카를로스 론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중남미 코디네이터가 간담회에 연사로 참여했다. ⓒ 국제전략센터
질문: 1월 3일 미국의 '확고한 결의' 작전으로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을 납치했다. 침공 당시의 상황과 침공 직후 베네수엘라 정부의 대응, 그리고 베네수엘라 민중의 반응에 대해서 말해달라.
카를로스 론: "당시 공격은 내가 있는 곳에서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하여 4개 주에서 150여 대가 넘는 전투기의 공격을 받았다. 110명 이상이 이 공격으로 사망했고, 이 중에는 쿠바 국적의 대통령 경호원 32명도 있었다. 이 외에도 민간인 피해도 상당했는데, 463가구가 공격으로 파괴되었으며, 신장 투석 기기를 두던 의료 시설 등 중요한 인프라도 피해를 입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도 밝혔듯이, 미국은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에 이전에 사용된 적이 없는 신무기를 투입했다. 이 무기에 관해 베네수엘라 과학자들이 현재 분석 중이다. 이 무기가 사용된 곳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마두로 대통령 납치 직후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에 대화가 있었으며, 이때 미국은 더 광범위하고 더 잔혹하며 폭력적인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세우는 것과 동시에 외교 채널을 재가동했다. 2019년부터 미국과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이를 복구한 목적은 미국의 공격을 막고 국내 안정을 도모하며 마두로 대통령 및 플로레스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베네수엘라에는 미국과 군사 대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그랬다가는 베네수엘라의 독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적으로 보면 국민, 군, 정치적으로 대다수가 혁명 정부를 지지하기 때문에 사회적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앞으로 몇 개월은 이 두 가지 현실, 즉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군사 위협에 시달리고, 국내에서는 민중이 혁명 정부를 지지하는 상황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질문: 이러한 미국의 이번 개입과 침공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작전, 경제 제재와 정치적 개입은 볼리바리안혁명 이후 계속되어왔다.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미국의 이러한 공격의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볼리바리안 혁명 이후 미국은 차베스 대통령 축출 시도를 비롯하여 사회 불안 조장, 선거 부정 음모론 확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벌였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2025년에는 케케묵은 법을 끌고 와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바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미국의 패권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볼리바리안 혁명의 성과를 다섯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천연자원, 특히 석유에 대한 주권 재확보
2.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역내 단결 추구
3. 언론 및 정보의 민주화
4. 사회주의하에서 직접민주주의 실현 경험
5. 민-군의 단결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브릭스 등의 다자주의를 지향하고, 이란, 쿠바, 팔레스타인과 관계를 맺는 등 자주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질문: 대통령 납치로 인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탄화수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면서 석유 국유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으며 석유 산업 민영화를 시작했다고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베네수엘라 미국에 굴복한 것은 아닌지, 베네수엘라 정부가 볼리바리안 혁명 과정을 후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다르게 민중의 저항과 볼리바리안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선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석유 산업은 베네수엘라의 주 수입원이다. 현재 석유 매장량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간의 봉쇄로 인프라가 노화되고 이를 제대로 유지보수하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볼리바리안 혁명 초기 300만 배럴에 달했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지금은 100만 배럴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국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현재 상황을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국제 시장에서 도태시키는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의 정유 시설이 대부분 남부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가져와 정유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다시 미국 남부로 들어와야 그곳에 있는 정유 기업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유 생산은 베네수엘라에서 하되 이를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길을 열어야 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원유라는 천연자원과 관련하여 2001년과 2007년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는 제재도 없었고, 석유 산업 인프라도 건재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새 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민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영 기업이 매각된 것도 아니고, 국영 기업이 여전히 원유 생산을 주도한다. 다만 합작회사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기업의 지분이 과반이 되지는 않게 조정해서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은 여전히 국가 소유이다. 이번 법에서는 국영 기업 이외의 다른 기업이 석유 산업에 투자하고 원유를 생산하며 이를 상품화하는 방식이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국영 기업만이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기업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응하여 베네수엘라 국영 기업과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베네수엘라가 이번 법안을 도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법안 도입으로 석유 판매 대금을 활용할 두 개의 국부 펀드가 조성되었다. 하나는 국민의 식량 및 생필품 지원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인프라 재건을 위한 것이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2월에 민주적 공존을 위한 사면법을 도입하면서 하나의 단결된 전선을 구축하여 저항하려 하고 있다. 사면법은 사회적 통합을 위해 추진되었으며, 저마다의 의견이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도 외세의 공격에 맞서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공격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외교적 수단을 최대한 가동하여 추가적인 위협을 해소하려 하고 한다. 이미 주베네수엘라 미국 대사관이 수도 카라카스에 다시 문을 열었고,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관도 곧 개소할 것이다.
이렇게 대외적으로는 외교를 추진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대중 조직과 대중 참여를 촉진하면서 지금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가고 있다."
질문: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은 납치된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미국은 마약 밀매 공모, '나르코테러리즘' 음모, 코카인 밀수 등 여러 연방 범죄 혐의로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을 기소했고 첫 재판 출석해 당연하게 무죄를 주장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달라. 또한, 현재 베네수엘라와 연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에 대해 진행 중인 미국 내 사법 절차는 없다. 그저 감옥에 수감된 상태로, 전쟁 포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야기하는 혐의에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 목격자 진술이 근거라고 하는데, 그 목격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공공연하게 미국에 반기를 들고 쿠바, 팔레스타인 등과 연대하는 마두로 대통령이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그런 마두로 대통령을 감옥에 넣어 놨으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군사 작전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Free Maduro and Cilia 캠페인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민중총회(IPA) 캠페인 웹포스터 ⓒ 국제민중총회
1월 3일에 공격이 있었기 때문에 매월 3일에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브링 뎀 백(Bring Them Back, 두 사람을 되찾아오자)이라는 베네수엘라 연대 그룹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국제민중총회(IPA)도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월 3일에 베네수엘라 연대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고, 지금 제국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토론할 계기가 될 것 같다. 또한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 석방에 연대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민중, 더 나아가 반제국주의에 연대하는 것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서 연대의 마음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담회 단체사진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 의원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캠페인 포스터와 간담회 참가자, 카를로스 론 연사가 함께 찍은 단체사진 ⓒ 국제젠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