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권기념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글: 김동일(기행참가자)
편집: 심태은(국문편집장, ISC)

두 번에 걸쳐서 국제전략센터(ISC)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인권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냥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지루할 것 같지만, 일반 공부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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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외국인들이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 했던 부분을 배워본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공부와는 다른(?) 시간들이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접한 것이 저번에 포스팅을 했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중, 고등학생 때 문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시간을 죽어라 싫어했습니다.

아쉽게도 저희 역사 선생님은 역사를 가르치는데 있어서 꽤나 따분한 분이셨습니다. 칠판에 10분 가량 빡빡하게 적어놓고 공책에 옮겨 적고 외워라! 이게 수업의 다 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왜 년도를 외워야하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저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교과서에 단 두 줄로만 적혀있는 역사...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두 줄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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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함께 공부를 해보고, 그 날의 일을 겪은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그냥 전래동화 같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이 후, 식사를 하며 토론을 하는데 함께 한 외국인들이 저에게 한국인으로써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인임에도 한국역사에 대한 무지함에서 오는 부끄러움을 느껴보신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답 할 수 있는 것이 새로웠다. 재밋었다. 더 알고 싶다.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역사는 단 두 줄이었는데...  1980년 5월 18일에 ~~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전대통령~~ 이런 내용이 다 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국인들보다 더 깊은 내용의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시간 이 후로 집으로 가서 인터넷으로 더 찾아보게 되었고, 강풀 작가님의 웹툰 "26년" 도 읽어보게 되면서 내 나이 또래... 20대 후반의 사람들은 얼마나 이 일을 잘 알고 있을까? 그 보다 어린 사람들은?...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풀 작가님의 26년이라는 웹툰에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망각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어서 학살자조차 용서가되는 미래를 만들게 된다"

우리는 한국사람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이 일을 겪은 부모님의 세대를 위해서,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거를 기억해야 하고 당당하게 말해야겠습니다.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고 있다고,
우리는 너희를 용서하고 있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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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남은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이뤄졌습니다.

저는 지방에서 온 사람으로써 서울에 막 올라왔을 때 나름대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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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알아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을만한 곳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 '재밌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문만 보면 지루해보였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을 오게끔 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야하는 반면... 이곳은 고요했습니다. 민주인권기념관은 그냥 대문 열린, 더 이상 일 하지 않는 예쁜 건물이었습니다.

​설명을 도와주시는 가이드분을 모시고 우리는 모여서 그 분의 설명을 먼저 들으면서 입장했습니다.

처음에 예쁜 건물 같았던 곳이 설명을 들으면서 점점 선명해지며 공포스러운 귀신의 집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심과 긴장감과
두려움의 마음으로 이곳으로 끌려 왔을지,
얼마나 많은 붉은 피들이 쏟아졌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지,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었을지,
얼마나... 살아 나가고 싶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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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보이는 빨간 것들이 창문들인데 밖에서 보지 못하도록, 고문을 받던 민주주의를 외치다 고문을 받던 분들이 뛰어내려서 자살 할 수 없도록 창문을 저런 식으로 얇고 길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로 보이다가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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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창문 안쪽 내부인데, 다 붉은 계열로 되어있습니다.

이 곳은 민주주의를 외치다 들어가신 분들의 최소한 삶의 영위를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인데, 사실상 거꾸로 뒤집혀서 물속에 들어가고, 코와 입에 짬뽕 국물을 붓고, 잠을 못자게 하는 등… 대부분 고문용으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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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회전 형태의 계단은 서양에서는 인테리어를 위해, 공간의 활용을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 건물에서만큼은 어디로 끌려 가는지 모르도록 하기 위해, 공포심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그래서 방 앞에는 번호가 있지만 몇 층인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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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은 고문실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고문기술자(?)들이 고문을 하면서 뱉은 말들이 벽보처럼 붙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을 위해 싸워오셨던 분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고문을 당한 것입니다.

짧은 저의 생각이지만, 저라면 고통 전에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을 것 같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을 뿐인데,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하다니, 이 사람들은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고문 때문에, 답답함 때문에… 저는 거짓으로라도 실토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정말 냉정하게 본다면 본인을 위해서도 아닌데…  나라를 위해서, 후손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자신을 깎는 고통을 겪으며 민주주의를 싸워 온 분들에게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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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과 비슷한 연세 였습니다.

아마 아직 살아계셨으면 저와 비슷한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지금 같은 여름철 바다로, 해외로 가족여행을 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얼마나 무서우셨겠습니까..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그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포기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이런 일이 발생 할 것이고,

정작 지시한 사람들은 용서를 구하지 않고, 미안한 마음 없이...

세월이 가면서 사람들이 망각하기를 또 기다릴 것입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