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운동의 치열한 투쟁 -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권리입법쟁취 투쟁

박철균(정책연구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

2022년 10월 28일 현재, 한국의 장애인 운동 단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이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한지 212일이 되었다. 2021년 12월 이후 아침마다 장애인이 함께 일상을 이동하고, 배우고, 일하고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외친지 1년이 다 되었다. 

전장연은 아침 7시 30분 혹은 8시에 지하철을 멈춰 세우거나 일렬로 타고 내리며 다음 칸으로 이동하며 투쟁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권리를 알려 나가는 방식을 그동안 41차례 진행하였다. 이러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지하철 통행을 최소 30분, 많게는 2시간씩 지연시키는데 많은 시민들이 출근이나 등교를 못 한다며 화를 내거나 숨겨 왔던 온갖 혐오의 언어와 욕설을 쏟아 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장애인을 도와 줄 수 없다.” “이렇게 시민의 출근을 볼모로 잡는 것이 맞느냐” “이러니 병신 장애인이란 소리를 듣는 거다” “국회나 용산 집무실(대통령 선거 전엔 청와대)에 가서 얘기할 것이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왜 지랄이냐” 등등 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아침마다 다시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 배제를 직면해야 한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다“는 말엔 이 사회의 시민에 장애인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을 욕을 하는 시민 스스로가 결국 인정한 것이 된다. 그렇게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은 철저한 사회적 소수자로 남아 제대로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 탈시설할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 이런 장애인에게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것은 뒤집어 말해서 장애인은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하지도 못하고 그저 동정과 시혜만 베풀면 되는 사람인 것으로 그동안 간주했음을 자신 스스로 차별주의자라고 실토한다. 

당연히 이렇게 철저히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의 목소리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합법적인 방법”인 기자회견, 공문, 면담 등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 지하철 선로를 막고 버스를 막아 장애인 스스로 쇠사슬을 몸에 감았던 2001년 이동권 투쟁에서부터 “수 없이 절차적인 과정에도 이 사회의 높으신 분들이 제대로 귀담아 들어 주지 않았던” 역사 속에서 장애인은 함께 살아갈 권리를 위해 길을 막고 지하철을 타며 막아 내는 투쟁을 진행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은 그런 “합법적인 방법”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하철에서 절규를 하지 않으면 들어 주지 않는 “합법적인 방법”을 통한 “합법적 폭력”을 이미 수십 수백번 경험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차별과 배제, 혐오는 이준석 국민의 힘 전 대표가 SNS를 통해 이러한 장애인운동을 펼치는 전장연을 비난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대놓고 장애인운동이 시민들에게 알리는 포스터를 찢어내고, 사무실 앞에서 쉬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에게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을 하고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몸캠을 장착한 채 쫓아다니며 스토킹을 하고 항의를 하자 적반하장으로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고 홍보 직원에 사내 게시판에 장애인운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비난 받는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는지 혐오를 부추기는 프레젠테이션을 올리기도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새로 취임하면서 “지구 끝까지 쫓아가며 처벌하겠다.”고 말하면서 단지 함께 살기 위해서 아침마다 투쟁을 하는 것인 장애인 활동가를 마치 흉악범에 중범죄인양 얘기하며 자신의 혐오 차별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애인 운동의 혐오는 계속 이어져서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외치는 수많은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까지 공격하기도 했다. 이동권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을 한다거나, 전장연이 외치는 탈시설이나 자립생활 권리는 사실은 자신들이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등 온갖 왜곡과 혐오가 쏟아졌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못된 사회가 간과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일상에 수많은 권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장애인의 권리도 모두 연결된 것임을 간과하고, 자신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그 권리를 다른 소수자가 얘기할 때는 무슨 나쁜 마음이 있는 것임을 증명하라고 하고 어떻게든 왜곡해서 비난하기에만 급급한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 최재형은 장애인의 자기결정이나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의 탈시설추진이 위법이나 인권침해인 것으로 묘사했다. 오히려 의사결정과 표현을 지원하여 모든 장애인에게 동등하게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UN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5호와 2022년 UN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2,3차 병합심사에 대한 최종견해에 언급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국회의원부터 UN을 비롯하여 주요 선진국가들이 추진하거나 권고하고 있는 탈시설을 스스로 거스르는 역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입법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실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지역사회 완전 통합” 위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지역사회 완전 통합” 위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보장” 위한 중증장애인고용촉진특별법 제정

“생애주기별 교육권 보장”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중증장애인 평생교육 권리 보장” 위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특별교통수단 지역간 차별철폐” 위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지원주택 제도화” 위한 주거약자지원법 개정·주거유지지원서비스법 제정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 위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위한 장애인연금법 개정

이렇게 기본적인 장애인 권리 하나하나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서 21년을 넘게 한국의 장애인은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법안 제/개정을 어렵게 하고, 법안이 제/개정 되더라도 제대로 된 집행을 못하는 것엔 한국의 기획재정부가 계속해서 “예산”으로 장애인 권리를 통제하고 잘라왔기 때문이다. 장애인 권리를 얘기하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나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예산과 돈이 한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 예산을 마련하냐고 얘기한다. 틀렸다. 한국은 예산이 없어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한국은 OECD 경제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국가가 장애인에게 지출하는 예산은 OECD 꼴찌 그룹에 속한다. 진실은 기획재정부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능력과 경쟁,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을 무가치한 ‘세금 축내는’ 집단으로 취급한 지독한 불평등과 차별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1939년 독일의 나찌가 “장애인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며 장애인 30만 명을 생체실험하여 죽음으로 몰아갔던 “T4 프로그램”에 빗대어 기획재정부는 한국판 T4 핵심 부처라고 얘기한다. 이번 2023년 정부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은 삭감되거나 동결되었고, 최저임금 5% 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만을 반영하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두툼하고, 촘촘하게 지원하였다’고 지하철 광고 등 여기저기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예산을 증액했다고 과대 포장 선전하며 장애인을 기만하고 있다. 오히려 이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2023년 한국의 장애인은 더욱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진다.

그래서 한국의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권리로써 장애인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 대한 불복종 행동이다. 그 책임은 이렇게까지 장애인이 절규하지 않으면 도저히 귀담아 듣지 않는 바로 한국 정치와 한국 정부에 있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제대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자립해서 살 수 잇는 세상을 위해 전장연은 제대로 된 장애인 권리 예산 마련을 위해 11월 7일부터 다시 매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애인의 투쟁은 몇십분 몇시간을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투쟁은 수십년을 불편을 넘어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집에 갇혀 있거나 시설에 강제로 보내져 갇혀야 했던 장애인도 역시 이 일상을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한국의 장애인운동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