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식량 문제는 안전한가?

손종필(정책연구팀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공급의 불안정으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가격 상승에 따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상승은 에너지만이 아니라 국제 곡물가격도 마찬가지다. 2022년 7월 기준 국제적인 농산물 물가지수는 2022년 1월보다 19% 상승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당시 수출 제한으로 곡물 국제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수출길이 막혀 가격이 급등했다. 다른 한편으로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도 작황에 영향을 미쳐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였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이러한 식량 가격 상승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다.

식량 수급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농산물 생산 기반에 더해져 국제 정세나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식량 문제를 대하는 정책의 허약성이 드러났다. 자국 농업과 자국민의 먹거리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언제든지 가격이 급등해 경제와 국민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인 냉해가 발생해 사상 최대의 흉작 속에 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국제 쌀 가격이 1980년 초반 톤당 200달러에서 1981년 후반 600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몇 배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쌀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당시 우리나라의 냉해 발생만 세계적인 곡물가 상승의 원인은 아니었다. 동북아의 이상저온, 호주의 가뭄, 소련의 한발 등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 발생으로 수급 불안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외적인 기상 이변에 의한 것이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에도 우리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식량안보, 식량 자급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OECD 국가 중 식량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20년을 기준으로 각각 45.8%다. 1990년 70.3%에서 2000년 55.6%로 15%p 가량 급격히 하락하더니 그 이후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빵의 원료인 밀의 경우에는 자급률이 더 낮아 겨우 0.8%에 그치고 있다. 자급률이 낮아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농업 생산 기반의 붕괴에 따른 생산량의 저하에 있다. 안정적인 농업 소득 기반이 무너지면서 농업 생산이 유지되지 못하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농지의 감소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1980년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경험은 식량 수급의 문제는 단순 소비재와는 다른 관점에서, 국민 생존의 입장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제외하더라도 국가 단위에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량자급률 추이>

출처: 시사저널, 1740호, [데이터뉴스] ‘국내 식량자급률’ 50%대 밑으로

식량의 문제는 경제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다. 전 세계적인 다양한 문제로 변동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할 정부의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농업을 경제적인 시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후위기의 시대에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사고 팔고, 모자라면 수입해서 쓸 수 있는 공산품과 다르다는 시각에서의 접근이 식량자급의 첫 번째 이유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