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왜 막아야 하는가?

홍승현(이슈브리핑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해 약 1.3 Km의 해저터널 굴착 공사가 끝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시설 작동을 점검하기 위한 시운전을 2주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7월 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해 원전을 시찰할 예정이며, IAEA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최종 평가 보고서를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아마도 기시다 총리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오염수 방류 시기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물론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지만, 과학적 근거를 말하며 오염수 방류 반대를 비과학적인 허위 사실 유포로 매도하며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해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85.4%가 반대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과학적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4월 연합뉴스 기사 내용에 기반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와 그 근거의 취약성을 확인해 보자.

도쿄전력(TEPCO)은 '처리수 포털사이트'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는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중 62개의 핵종을 정화할 수 있고, 현재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이미 ALPS의 처리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반복 처리해 방사성 농도를 규제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 해양에 방류하겠다. 그리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에 따라 규정된 규제 기준치 이하로 정화 처리한 물이 ALPS 처리수며 이는 오염수와 다르다"라고 명시했다. 다만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와 탄소-14는 바닷물에 희석하여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 7분의 1 정도로 농도를 낮추겠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2021년 4월 13일 각료 회의에서 공식 결정했다. 당시 IAEA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계획은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국제 관행에도 부합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일본 정부에서 말하는 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며 국민을 비과학적인 허위 사실 유포자로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과학적인 근거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과학적인 근거가 있더라도, 안전성 여부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은가?

미국과 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옹호하는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18개 국가가 회원국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Pacific Islands Forum)은 도쿄전력에 오염수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독립된 과학자 자문단을 구성했다.

핵물리학, 해양학, 생물학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PIF 자문단은 지난 1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도쿄전력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도쿄전력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년 3개월간 원전 오염수를 분석한 자료를 제공했는데, 해당 데이터 표본에 대표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미국의 핵물리학자 페렝-달노키 베레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은 탱크 1,038개 중 약 3분의 1 정도만 측정했으며 하나의 샘플당 분석된 방사성 핵종의 개수가 9개 이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당초 오염수 내 64개의 방사성 핵종을 측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페렝 교수는 "도쿄전력은 개별 탱크 1개가 아니라 10개의 탱크로 구성된 하나의 탱크 그룹에서 샘플을 추출했다"라며 "이는 약 1,000만 리터 중에서 30리터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샘플링 과정에서 혼합(오염수의 위·아래를 섞어서 채취하는 것)에 대한 언급도 없고 슬러지(탱크 바닥에 침전된 방사성 찌꺼기) 측정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방사성 오염수는 시간이 지나면 찌꺼기가 생기는 등 시간별·층별로 측정될 수 있는 방사성 핵종과 그 농도 등이 달라지는데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로는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방사능 오염수 정화 결과가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반대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또한 방사능 오염수가 ALPS 처리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정화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삼중수소(트리튬)와 탄소-14는 제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하여 방류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방류되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방류된 방사성 물질은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에게 도달할 것이다. 참고로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1년, 탄소-14의 반감기는 5700년이다. 

일본 정부는 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준비를 거의 다 마쳤고, 후쿠시마 어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후쿠시마 어민들이 반대하는 상태에서는 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어민들과의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이렇게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방류는미국과 IAEA의지원을 등에 업고 방류시기 결정만 남기며 거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오염수방류가 시작되면 향후 30년 동안 지속해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될 것이다. 방사성 물질이 바다와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교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부터는 후쿠시마 어민들, 국제환경단체, 전 세계 사람들과 연대하여 전방위적인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반대운동을 펼쳐야 할 때이다. 지구 생태계에 재앙이 될 수 도있는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 방류는 반드시 막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