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좌파의 부상과 그들의 과제

글: 김혜숙(대표, 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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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9, 2011년 5월 29일 정치인, 금융권과 당국이 경제 위기를 처리하는 것에 대항해 마드리에서 열린 뿌에르따 쏠 시위 (출처: links.org.au) 바르셀로나 아다 콜라우(Ada Colau)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 시장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주택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서민을 위해 PAH(‘주택담보대출 피해자들을 위한 플랫폼’)라는 단체를 공동 설립하여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PAH의 대표로 활동할 당시 청문회에 소환된 스페인 은행 협의회를 향해 ‘범죄자’라는 공격도 서슴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리고 2015년 5월 지방선거에서 포데모스(Podemos) 등이 참여한 신생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u)’로 출마하여 바르셀로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아다 콜라우 시장은 유럽 좌파들의 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스 시리자의 승리 이후, 스페인의 포데모스, 포르투갈 좌파의 승리에 이르기까지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로 인한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좌파들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유럽이 ‘1930년대’로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처럼, 지난 10년 동안 금융위기의 여파에 여전히 시달리는 속에서 다음 경제 위기가 언제 닥칠지 예견할 수 있을 만큼 유럽의 경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또다시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유로존이라는 단일 통화로 인해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지난 수 년 간 지속되어온 재정 축소는 10명 중 1명만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사회경제적으로 대규모 파괴를 의미했다.

청년에게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50%가 실업 상태이고 이탈리아는 38%, 프랑스는 25%가 그렇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미래가 없는 졸업”이 유럽 전역에서 체감하는 상태가 되었다. 교육을 통해서 기회를 얻고자 했던 청년들에게 더 이상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유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세계 경제는 점점 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중국의 성장은 또한 점차 느려지고 있다. 유럽의 산업 생산 침체와 함께 미국의 경기 침체와 유럽 금융 위기 가능성은 사람들을 공항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좌파의 부상, 그리고 극우의 지지 확대 이것이 유럽 좌파에게 대안적인 출구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은 나라이다. 실제 대중적 불만들이 긴축재정에 대한 대안을 주장한 진보정당인 포데모스로 모아졌다. 포데모스는 퇴거반대운동과 같은 지역 공동체를 조직하는 운동을 바탕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포데모스를 성장시킨 동력 중 하나는 대중과 소통하는 독특한 방법이었다. 이들은 전통적인 좌파의 상징이나 언어의 사용을 삼갔는데, 심지어는 ‘좌파’대 ‘우파’라는 언어의 사용도 거부하면서, 그동안 전통적인 좌파가 안주하던 영역을 넘어서고자 시도했다. 이러한 전략은 절망에 빠진 청년을 이끌어냈다. 포데모스의 메시지는 끈질긴 낙천주의와 희망이었다. 이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의 바탕에는 애국심이 있다. 포데모스는 자신의 권력을 장악한 소수에 반대하여 다수의 이해와 요구를 지켜내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애국주의 세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좌파 정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지난 4년 동안 그 나라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긴축정책에 타격을 가했다. 현재 총 230 의석 중 우파가 104, 좌파가 121석이다. 선거 결과가 더욱 놀라운 것은 좌파 정당이 사회주의 대안 운동, 포르투갈 공산당과 생태당 연합, 좌파 블록, 이렇게 세 개로 나뉘어 경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블록의 경우 출마시킨 후보 지지율의 두 배를 획득했다는데 있다.

5명 중 한 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고 최저 임금이 월 584달러에 불과할 만큼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가장 큰 수입 불평등을 보이는 나라로, 상위 20% 수입이 하위 20%보다 6배가 많다. EU국 중 교육 수준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 펼쳐진 긴축 정책은 포르투갈 민중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공부채시민감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부채 대부분이 정부 지출로 인한 것이 아니라 막대한 감세와 이자율 증가 때문이다. 유럽의 금융 투기자가 2011년 대출 이자를 높였던 적이 있다. 따라서 위원회는 국가 부채의 5-60%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유럽의 경제위기는 좌파의 부상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유럽의 극우 세력 또한 경제 위기의 절망과 중동 지역의 혼란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을 반대하는 사람들 바탕으로 그 지지를 확대시켜나갔다. 예전에 1차 목표물을 유태인으로 했던 이들이 이제는 이슬람을 목표로 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700만 지지자를 획득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정치 정세라면 국민전선의 당 대표인 마린 레 펜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수는 없지만 최소 1 라운드에서 최고 득표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신나치(Neo-Nazi)를 표방하는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데 이는 유권자의 1/5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웨덴 민주당의 당 대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협”은 이슬람의 성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미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격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이미 강경 우파인 핀란드 당이 집권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맞먹는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당이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했는데, 이 당은 “이슬람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무슬림의 이민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전후에 극우의 성장에 거부했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이 지지를 확대해가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스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선거는 작은 나라는 혼자의 힘으로 유럽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유럽연합은 이미 강력한 하나의 단일한 자본 연합체이며, 이를 위협하는 어떤 것과의 투쟁도 불사한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권력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동 통화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소수의 나라와 은행권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좋지 않음이 드러났다. 가능한 빠르게 발을 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출혈이 심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유로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약점은 민주주의이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국의 주권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최근 트로이카와 그리스가 서명한 합의문을 보면, 트로이카는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어떤 정책도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상습적인 납세 기피자를 대상으로 한 반부패법도 이에 포함된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가 폐기되어 왔다. 주권의 문제 또한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 시리자와 포르투갈 좌파가 성공적으로 선거운동을 통해서 이 문제를 드러냈고, 유럽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만큼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유이다.

일관되고 확신이 드는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극우 세력의 힘이 더욱 강력해지고 조직력도 강화되면서 이들의 입장도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좌파에게는 대안을 발굴하는 일이 훨씬 더 긴급하게 되었다. 유럽의 역사는 충분히 경고를 하고 있다.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그것도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