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틴아메리카를 주목해야 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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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틴아메리카,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그곳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미국 유학시절 우연히 생긴 인연 때문이었다. 콜롬비아에서 유학 온 내 여자친구는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고, 반대로 나 역시 사귀게 되면서 콜롬비아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중학교 과정까지 이수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평범한 16살 이과 학생이 알고 있던 콜롬비아는 기껏해야 커피와 에메랄드로 유명한 오지의 어떤 나라였다(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아싸라비야 콜롬비아’라는 표현을 뺀다면). 그런데 서로의 나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콜롬비아 국토의 40%를 게릴라 단체들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오랜 내전으로 인해 수 많은 난민들이 발생했으며, 나아가 이러한 국가분열의 사태가 이데올로기적 갈등에 기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국가적으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내부적 분열을 겪은 나라는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콜롬비아가 한반도 분열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나는 자연스레 더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관심은 콜롬비아부터 시작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 전반으로 옮겨갔고,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의 최근 이슈, 사회변혁 및 민중저항에 대해 접할 수 있었고, 무엇이 그 근저에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단순히 일개 국가 단위에서가 아니라 해당 지역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라틴아메리카라는 대륙 전체가 하나의 대상으로 내 시야에 제대로 들어오게 되었고, 이 대륙이 어떤 다른 지역보다도 오래, 그리고 더 가혹하게 착취당했고, 이런 흐름이 대다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19세기 초반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채로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기존의 견해를 180도 바꾸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인류역사의 영웅 중 한 명으로 막연히 생각해왔던 크리스토퍼 콜롬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침략’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도착 이후 중남미에서 벌어진 원주민 수의 급감에는 그들의 면역체계에 없던 유럽의 질병뿐만 아니라 백인 지배자들이 행한 가혹한 원주민사회의 분쇄와 착취가 뿌리깊은 원인이라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제도를 일부 서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받아들였음에도 이후 독재체제가 공고화되고 군부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의 뒤에는 그들의 천성이 나태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구열강이 패권유지를 위한 강한 입김을 넣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이다. 이를 통해 나는 왜 페루, 볼리비아,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백인이 아닌 지도자를 가져본 적이 없는지, 그리고 왜 문화적으로 겉으로는 인종만큼이나 다채롭게 보여도 실제로 현지사회에서 우대받고 통용되는 것은 주류 기득권 백인의 문화이며, 아직도 유색인종은 사회전반에서 차별 받고 소외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는 독재로 얼룩진 정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경제, 양극화와 유색인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로 가득 찬 사회 등의 부정적인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수동적, 종속적이었던 만큼이나 그 족쇄를 풀고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는 것을 공부를 계속하며 새로이 배우게 되었다. 이는 거시적으로 세 번의 물결로 분류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1800년도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아메리카정신’이었고, 두 번째는 쿠바와 칠레, 그리고 니카라과 등으로 대표되는 냉전시기의 좌파정권들과 여러 국가에 산재한 혁명적 게릴라들의 반미-친소적 정책과 투쟁이었으며, 마지막 세 번째는 1980년대 이후 부과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에 대한 반대급부로 태동하여 지금도 유효한 중남미 국가의 반신자유주의-좌파민족주의 정책이다. 즉, 침략과 억압이 길었던 만큼 라틴아메리카는 그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만큼이나 다채로운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개인적인 인연 이상으로 나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고,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더 나은 해결방안의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 지리적 격차나,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문화의 특성상 그에 대한 관심이나 학문적 깊이가 비교적 덜하다는 것을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더욱 크게 느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소식을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미국과 서방의 목소리로 주로 접하기 때문에 때때로 왜곡되거나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지속적으로 학습을 이어가고, 더욱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전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세미나와 라틴아메리카 대안뉴스 번역활동을 하게 되었다. 비록 소소하지만 나에겐 의미가 큰 이런 노력을 통해 라틴아메리카가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더불어 더 정확한 정보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 Latin America Solidarity Campaign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진은 현재 매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진보적 관점의 뉴스를 번역 및 요약해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주류 언론에 맞서 사실을 알리고 연대를 위해 활동하는 작은 연대활동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있고,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은 Latin America Solidarity Campaign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러 둘러보시고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 연락주세요!

작성: 노경현(Latin America Solidarity Campaign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