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케(加計)학원 문제 등의 본질: 공문서 관리와 정치주도·간부인사의 형식을 재고한다

j.jpg

글 : 오구로 가즈마사[1]번역 : 이로미 (국제팀, ISC)

* 본 기사는 언론 플랫폼 아고라(言論プラットフォーム アゴラ)의 “加計問題等の本質:公文書管理や政治主導・幹部人事のあり方を再考する” http://agora-web.jp/archives/2027438.html)를 번역한 글입니다.

이번 가케(加計)학원 문제를 포함한 일련의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기 어려운, 적어도 세 개의 커다란 문제를 부각시켰다. 첫째는 ‘공문서 관리 방식에 관한 문제’이고, 둘째는 ‘암반규제[2]를 타파하는 정치주도의 방식에 관한 문제’이고, 셋째는 ‘내각 인사국의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일본 통치기구의 방식과 미래를 생각할 때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필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적 입장이며, 여당과 야당을 포함한 어떠한 입장도 지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일본 통치기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큰 문제와 깊이 관여하는 입장에서 차례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1988년 리쿠르트 사건[3]과 1989년 버블붕괴 이후, 일본은 정치 부패의 척결이나 산적한 정책 과제 해결을 목표로 총리와 총리실의 정치 리더십을 강화하는 관점에서 선거제도와 통치기구의 개혁을 거듭 단행했다.

그 상징이 양당제를 지향할 목적으로 실현시킨 소선거구 비례대표제 도입(1994년에 법안 통과)이나 경제 재정 자문 회의의 창설과 내각 기능의 강화를 목표로 실행한 2001년 중앙 부처 재편 등이다.

애초에 일본 통치기구의 근간을 이루는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제에 비해 총리와 총리실이 강한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이다. 그러나 이전의 중선거구제에서는 여당 안의 파벌이나 족의원[4]이 강한 정치권력을 차지하여 재정과 사회보장의 근본적 개혁은 부진했고, 총리와 총리실은 정치적 리더십을 도모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여소야대에 의한 국정 파행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와 통치기구의 개혁이 불가결하다는 논의가 영향력을 얻었고, 총리와 총리실로 권력을 집중시켜 산적한 정책 과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 결과 의원내각제와 소선거구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이 융합하여 총리와 총리실은 절대 권력을 손에 넣었다. 현 아베 정권에서는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인 재정과 사회보장 개혁의 진척이 늦어지는 것을 커다란 문제로 여기고 있는데, 필자의 사견으로는 권력 집중화라는 방향성은 타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 강의』등을 쓴 영국 역사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한 존 액튼 경(Sir John Dalberg-Acton)이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듯이, 권력이 부패할 가능성을 전제로 할 때, 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라는 거버넌스(통치방식) 역시 중대 과제이며, 권력 제어를 책임질 사람은 최종적으로 일본의 주권자인 국민, 즉 우리이다.

의원내각제 아래에서는 국회의 다수당인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내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므로 일본의 최종적인 주권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책 형성 프로세스를 포함한 정보의 양과 질이 중요한 열쇠이다.

정보의 양과 질과 깊게 관련된 것이 첫째, 공문서 관리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본디 현행 공문서 관리법은 일본 역사적 흐름을 미래의 자산으로 삼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지극히 중요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제정을 주도한 사람은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이다. 이 법은 2009년에 제정되어 2011년에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다.

공문서 관리법이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공문서 관리법 제1조(목적)에 기재되어 있다. 국민 주권 이념에 부합하고, 건전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뒷받침하는 국민 공유의 지적 자원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정보를 얻어 민주주의적인 판단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육상자위대의 남수단 PKO파견부대 일지를 포함한 외교와 안전보장 등의 공문서는 현재와 미래의 국민이 일본의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귀중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공문서 관리법 제7조에서는 행정문서 보존에 담당 행정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보존기한 1년 미만인 행정문서를 행정문서 파일 관리부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을 두었고,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하면 동 법률 8조와 제21조, 제22조 규정에 따라 각 행정기관의 판단으로 문서의 폐기와 심사 청구 면제가 가능하도록 법이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보존기한 1년 미만인 행정문서로 지정하면 그 문서의 작성과 폐기도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되고 만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귀중한 자산(공문서)의 일부가 폐기되는 것이다.

일례로, 시사잡지 슈칸분슌(週刊文春) 2017년 6월 15일자에서 후쿠다 전 총리는 “아베 정권에서는 공문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리토모[5] 건이나 가케 건도 마찬가지다. 문서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법률을 폐기의 근거로 삼고 있다. 관료도 어디에 맞추어 일을 하는가? 국민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공문서 관리법은 1999년에 제정된 행정기관 정보 공개법과 대척점을 이룬다. 공문서 관리가 유명무실화되어 중요한 공문서가 폐기된다면,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기반 중 하나인 정보 공개법의 의의도 저하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문서의 보존 담당 행정관의 부담이 높아지지만, 예컨대 행정문서 작성과 파기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1년 미만의 보존기한은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보존기한 1년 미만인 행정문서의 지정요건을 법적으로 엄격히 하여 필요할 경우 일정 수 이상의 의원이 발의하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조직이 공문서 관리의 외부 점검을 수행하는 조직을 창설하는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어서 둘째, ‘암반규제를 깨부술 정치주도 형식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일본이 직면한 가장 강고한 암반은 연금·의료 등의 사회보장 관계 암반이다. 그러나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법인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을 국가전략특구에서 인정하기에 이른 정책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경위이다. 이 문제는 개별성이 대단히 강한 사안이다.

이는 국가전략특구라는 틀로 한정된 지역에 과감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여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삼는다는 제도의 목적상 불가피한 면도 있다. 그러나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쥔 총리와 총리실은 개별 프로젝트의 결정에는 가능한 한 관여하지 않고, 부처 간  수평적 정책 조정을 포함하여 확실하면서도 더욱 일반성 높은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광역적으로 수의학부가 없는 지역에 한하여 신설을 인정한다’는 조건 하에 사실상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은 자동적으로 인정된다. 문제에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 수의학부의 신설기준인 내용 자체를 재검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예를 들면 2015년 6월 하순에 내각에서 결정된 ‘일본부흥전략 개정 2015’에서는 국가전략특구의 수의학부 신설 검토로서 “현재의 제안 주체에 의한 기존 수의사 양성이 아닌 구상이 구체화되고, 생명 과학 차원의 수의사가 새로 대응할 구체적 수요가 분명해졌으며, 기존 대학 학부에서는 대응하기 곤란한 경우 최근의 수의사 수요 동향도 고려하여 전국적 견지에서 금년 안에 검토한다”는 취지의 문장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에 관한 구체적 수요의 기준 등, 논의를 계속하여 수의학부 신설을 희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공평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신설 기준 방식을 재검토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 국가전략특구의 담당부국에서 실질적으로 신설 여부를 판단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그것은 문부과학성의 기득권이 특구의 상당 부분으로 이동할 뿐인 셈이다. 즉, 구체적 수요에 대한 데이터에 입각해서 정정당당한 논의를 펼치고 신설 기준의 재고와 명확화를 문부과학성에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내각 인사국 형식에 관한 문제’이다. 이번 가케학원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수의학부 신설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문부과학성과, 총리실의 의향을 따르지 않는 부처 간부에 대해 총리실이 내각 인사국의 권한을 이용해서 각 부처가 정권의 의중을 눈치껏 따르도록 압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었다는 점이다.

내각인사국은 ‘국가 공무원 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2014년 법률 제22호)의 내각법 개정에 입각하여 2014년 5월에 내각 관방에 설치된 조직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각 부처의 심의관급 이상의 간부 인사(약 600명)은 관방총리실이 적합성을 심사한 뒤에 내각인사국이 간부 후보 명부를 작성하고, 총리와 관방총리실이 협의하여 결정하는 장치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종래에는 ‘가스미가세키[6] 인사에는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했으나 정권을 맡은 정치가가 각 부처의 간부 인사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총리와 총리실의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부처의 간부 일부가 총리실의 안색을 살피는 예스맨 집단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와 행정의 역할 분담 하에서 관료의 전문성과 업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시점이다.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영국과 뉴질랜드 등 공무원제도에서는 정권을 차지한 정치가에게 실질적인 인사권은 없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과장 이하의 상급 공무원 선출 시 기본적으로 외부 공모를 장려하고 있다. 그리고 차관 등 상위 200명은 각 분야의 전문 선정위원회(채용성청 차관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가 검토한다.

호주에서도 상급 관리직(차관을 제외한 심의관 이상)은 원칙적으로 공모를 의무화하고 있고, 제3자 위원회가 심사한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로 전문 선정위원회가 차관 공모 심사를 하여 내각에 추천하는 형식이다. 만약 내각이 추천자를 거부하면 재공모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거부 사유를 관보에 게재해야 하는 절차로 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여소야대 상황의 국정 파행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총리와 총리실 중심의 권력집중화라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고 옳았으나, 권력을 어떻게 제어하는가라는 거버넌스 방식도 중요한 과제이다.

국민주권의 이념에 부합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정보를 얻어서 민주주의적인 판단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시점을 포함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도 참고하여 공문서 관리와 정치주도·간부인사 방식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냉정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1. 小黒 一正. 일본의 경제학자. 전 대장성(재무성) 재무종합정책연구소 주임연구관, 히토쓰바시 대학(一橋大学) 경제연구소 조교수, 호세이 대학(法政大学) 경제학부 교수.
  2. 岩盤規制, 단단한 암반에 비유되는 규제법안
  3. 일본의 다케시다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를 포함한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리쿠르트 계열사의 미 상장주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챙긴 뇌물수수 사건
  4. 族議員,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
  5. 森友.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말한다.
  6. 霞が関, 일본 도쿄의 중앙관청가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