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점령하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 국제전략센터 노동기행 참가자, 청와대 앞 전교조 농성장)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 국제전략센터 노동기행 참가자, 청와대 앞 전교조 농성장)

글: 켈리 자먼(Kelly Jarman)
번역: 지민경, 예선희(번역팀, ISC)

일전에 차를 몰고 청와대를 지나면서 인도에 늘어서 있던 천막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 대사관 근처에 서 있는 천막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천막에서 농성하는 사람이 행인에게 소리를 지르며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진 포스터를 흔들던 시위대와 같은 박근혜 지지자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국제전략센터의 노동역사기행에 참가한 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농성장을 방문해 조창익 위원장을 만났다. 전교조 농성장 천막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눈에 띄었던 것은 실로 고정된 멋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벽에 붙어 있던 밝은 색 글씨로 된 구호였다. 경찰이 길 건너편에서 우리 일행이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바깥의 날씨는 매우 추웠지만, 천막 안은 따뜻했고, 차가운 지면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한국 전통식으로 된 마루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선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에게 우리를 소개한 후, 조 위원장으로부터 노조를 결성할 권리,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된 교사의 복직활동,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교조는 1999년 김대중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을 받았으나,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의 로고는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문양 위에 아이의 얼굴이 겹쳐진 것으로, 전교조가 직장으로서의 학교 현장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통일을 위한 투쟁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교조는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회적 대의를 위해서도 투쟁하는 것이다.

천막 농성장에 앉아 있으면서 그 동안 내가 캐나다에서 보았던 여러 점거 농성이나 시위를 떠올렸다. 특히 내 고향인 캐나다 뉴브런즈윅 주 프레더릭턴 시 의회 근처에 캐나다 원주민들이 전통적인 롱 하우스(목조에 나무껍질을 덮은 공동주택)를 지은 것이 생각났다. 2013년에 캐나다 원주민은 정부가 동의 없이 자신들의 땅에 프래킹[1] 탐사 허가를 승인한 것에 반대했다. 나는 캐나다 원주민과 한국 민중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서구 세계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임의로 나눠버린 그 사회체제에 대항해 투쟁하는 방식에 놀랐다.

조 위원장은 현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에 대해 굉장히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이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지의 일시적 연합이며, 결국에는 이 두 계급이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력도 매우 존중하기에 내적인 갈등이 있었다.

전교조는 내가 한국 공립학교에서 일하면서 만났던 선생님과 같은 평범한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잘난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활동가나 언론에서 인기 있는 진보성향의 유명인사도 아니다. 조 위원장은 자조적인 농담을 하는 등 굉장히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의 질문에 진지하게 응했고 우리에게 진실된 관심을 보였다.

그가 학생들이 혹사당하며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했을 때, 그 속에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3년 동안 한국 공립학교에서 일하면서, 일이 산더미 같아도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선생님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조 위원장 역시 해직 이후에도 학교 밖에서 자신의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가 전교조의 목표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이들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얘기한 것이 인상 깊었다.

전교조의 창립선언문에는 “독재 권력이 강요한 사이비 교육은 교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고 교단의 존경 받는 스승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이 지식판매원이나 입시기술자로 내몰렸다”고 되어 있다. 이는 한국의 사교육과 공교육 양쪽 모두를 경험한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몸이 아프거나 신체적인 변형이 올 정도로 오랜 시간 앉아서 암기위주의 공부를 하도록 강요당한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던 일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교사 역시 암기식 교육과 잔인한 학교 체재에 맞춘 배움을 집행하는 감독관이 될 것을 강요당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조 위원장의 교육에 대한 생각이 중요했다. 내가 전에 광주민주화운동 기념관에 갔을 때 사망자들의 생일을 보고 깨달았던 것은 사망자 대부분이 스무 살 미만이었다는 점이었다. 교사로서 내가 본 한국의 십대들도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어떤 학생은 과제에 촛불 집회 구호를 사용했다. 내가 박근혜 반대 집회에 갔을 때, 청소년들이 어른의 감독이나 관리 없이도 스스로를 조직하고, 심지어는 행진 악대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았다.

농성장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솔직함과 진실함, 그리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나라의 노조들도 한국의 전교조가 당면한 근로 조건 이외의 문제에도 집중하는 모습과 시위 전략을 통해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최근 캐나다 우편 노동자와 이들의 노조인 CUPW가 파업권 쟁취를 위해 더욱 투쟁적인 시위를 도입했듯이, 신자유주의와 싸우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노동조합이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투쟁적인 시위 전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수압파쇄. 고압의 액체를 이용하여 광석을 파쇄하는 채광 방법으로, 높은 압력의 '프래킹 액체' (대부분 물과 모래 혹은 다른 증점제를 추가한 프로판 등 사용)를 드릴 구멍에 집어넣어 심층에 매장된 광물들을 파쇄하여 천연가스, 석유, 그리고 소금 등이 잘 흐를 수 있게 만든다. 지하수와 표층수의 오염, 대기 오염, 그리고 소음, 그리고 지진의 근원이 될 수 있으며, 공중 보건과 환경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