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컨퍼런스] 미국 주도의 주권 침해에 맞선 아시아 저항의 네트워크를 만들자!
글: 황정은 (사무처장, ISC)
"핸즈 오프 아시아!"
"핸즈 오프 쿠바!"
"핸즈 오프 이란!"
컨퍼런스에 모인 아시아의 활동가들이 한목소리로, 그리고 각국의 언어로 외친다. 현재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강대국의 강요, 특히 미국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아시아 국가의 주권이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식민지였고, 현재는 글로벌 가치 사슬 맨 아래에 있으면서 값싼 노동력을 착취당할뿐만 아니라 국가 부채로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이러한 주권 침해와 경제적 수탈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진행된 3일 간의 컨퍼런스는 아시아 각국의 상황과 투쟁을 공유하고 연대 투쟁의 중요성을 나누는 장이었다. 그리고 3일간 이어진 컨퍼런스는 콜롬보 선언을 발표하면서 막을 내렸다. 콜롬보 선언의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컨퍼런스 참가자3일간의 스리랑카 콜롬보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컨퍼런스 참가자가 단체 깃발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 국제민중총회
현재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는 부채와 관세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게 활용하는 아시아 지역 내의 미군기지와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미국 주도의 군사 블록, 그리고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연합군사훈련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국내의 문제에 대한 개입과 주류 언론과 교육 체계에 침투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 전선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다양한 영역에서 아시아 국가의 주권은 침해받고 있고, 필요한 발전이 저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에게 지워진다.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경제
컨퍼런스의 개최국인 스리랑카는 현재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 하에 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와 경제 정책이 실패하면서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 결과, 460억 달러(약 64조6천500억원)에 달하는 대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2022년 5월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후 IMF 구제 금융을 받았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2027년 3월 종료된다. IMF 프로그램의 핵심은 해외 채무와 국내 부채를 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이나 퇴직기금처럼 노동자의 임금 일부를 적립해 만든 기금은 활용하면서도 금융회사나 투자자 자산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또한 긴축재정을 위해 20개의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다. 스리랑카는 민중운동으로 대학교까지의 완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시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민중투쟁의 성과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의 부채위기는 스리랑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반구 국가 중 저소득, 중소득 국가의 총 대외부채는 약 11조 7천억 달러(1경 7천조)에 달한다. 현재 한국의 1년 국가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24년간 쓸 수 있는 규모이다. 부채가 이렇게 불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부채가 줄어들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때문이다. 실제로 1996년부터 2024년까지 부채는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부채는 결국 상환해야 한다. 그 결과 남반구 국가는 매년 1조 6천억 달러(2,220조원)를 부채상환에 쓴다. 부채 상환을 위해 새로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경우가 많다. 결국 현재 54개국이 부채위기를 겪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대외 부채 1,300억달러(약 190조원)를 갚기 위해 정부 예산의 55%를 사용하고 있다. 군사비로 20%를 사용하고 있으니, 실제 국가 운영과 사회보장서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이 얼마나 부족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부채는 국가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남반구 국가에서 북반구 국가로 부를 이전시키는 구조이기도 하다. 즉 부채는 제국주의의 지배 수단으로 쓰인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
아시아 지역은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 중 약 25%가 모여 있다. 대부분이 일본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미군기지는 오키나와에 있다. 일본 전체 면적의 0.6%인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의 약 70%가 집중되어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지금도 헤노코 신기지를 건설 중에 있다. 미군 기지로 인한 범죄와 환경 오염 문제는 그동안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 미국과 일본의 외교, 국방장관이 만나 협의하는 안보협의 위원회(2+2)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공동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대만 유사시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공동으로 활용하는데 합의하는 내용이었다. 합동군사훈련도 해마다 확대해서 진행 중이다.
필리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1992년 11월 24일 수빅만 미해군기지를 필리핀에 반환하며 미군이 필리핀에서 완전 철수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 정부가 수빅만 등 일부 구역과 군사 시설을 다시 개방, 임대해 미군의 접근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맹국들에게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국방비라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세'와 다름없다. 필리핀은 클라크와 수빅 기지에 토지와 군사 시설을 미국에 제공하는 데 더해 루손경제회랑 사업을 통해 미군의 군사 인프라를 확대 중이다. 민간 개발사업인 것처럼 홍보하는 이 사업은 수빅과 클라크 기지를 연결하는 약 70km의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다. 필리핀의 군사기지는 미국에게 있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강화를 위해 2021년 9월 15일 3자 안보 파트너십인 AUKUS를 출범시켰다. 호주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계획으로 30년간 2,500억달러(약 36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시아 주권 영토 내에 있는 미국의 군사기지,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양자, 혹은 다자 군사 협정, 무기 판매와 군사원조, 대규모 군사합동훈련, 정부 기관과 감시 인프라를 이용한 주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 영역에서도 미국은 교육제도, 언론, 각종 선전기구, 그리고 해외유학 정책 등을 통해 체계적인 이데올로기 선전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컨퍼런스 참가자도 미국 정부와 민간 재단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반공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친미적 가치관을 내면화하도록 교육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의 여러 우파 지배 세력은 교육 공간을 장악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이데올로기와 서구 자본에 유리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Hands Off Asia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Hands Off(손을 떼라) 캠페인은 1919년 영국 사회주의자들이 시작한 국제 연대 정치 캠페인으로, 러시아 내전 당시 볼셰비키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연합군의 군사 개입과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 시작되었다.
올해 4월 30일, 1975년 베트남이 미국 제국주의를 물리친 승리의 기념일에 맞추어 아시아 지역에서 시작한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캠페인은 이러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반식민주의와 비동맹 원칙을 논했던 반둥회의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진영논리를 거부하고 군사블록에 반대하며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는 것이다.
Hands Off Asia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필자는 Hands Off Asia 컨퍼런스에 참가해 발제를 한 뒤, Hands Off Asia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아시아 각국에 포진해 있는 미군기지에 맞선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국제전략센터 황정은 사무처장스리랑카 콜롬보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컨퍼런스에 참가한 황정은 국제전략센터 사무처장이 "관세와 기술봉쇄, 그리고 군사동맹 - 미국 중심 동맹체제 속 한국의 경제적·군사적 종속과 아시아 지역의 통일전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발제하고 있다 ⓒ 국제민중총회
이러한 네트워크는 미군기지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평화운동가들, 노동자들, 여성운동, 환경운동, 청년과 학생들, 그리고 모든 반제국주의 세력을 하나의 전선으로 결집시키자는 것이다. 한국의 투쟁이 일본의 투쟁과 연결되고, 일본의 투쟁이 필리핀과 오키나와의 투쟁과 연결되고, 다시 아시아 전역의 반군사주의,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에만 그치는 연대가 아니다. 필요할 때 함께 성명을 내고, 함께 거리로 나서고, 함께 행동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한 나라가 공격받을 때 다른 나라의 운동이 함께 움직이고, 어느 한 미군기지에서 투쟁이 벌어질 때 아시아 전역에서 연대행동이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미국의 군사기지들은 이미 아시아 전역을 하나의 전쟁체제로 연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저항도 국경을 넘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 미국이 군사동맹을 확장한다면, 우리는 민중의 연대를 연결할 것이다. 미국이 군사기지를 확장한다면, 우리는 저항의 거점을 확장할 것이다.
콜롬보 선언
아시아의 사회운동, 정치조직, 노동조합, 민중단체를 대표하여 콜롬보에 모인 우리는, 아시아 대륙 전체를 향해 다음과 같이 하나의 공통된 외침을 선언한다.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이는 다음을 의미한다.
군사적으로
우리의 바다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땅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하늘에서 손을 떼라.우리에게 주권이 있는 영토에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기지를 세우지 마라. 오커스(AUKUS), 쿼드(Quad), 이란에 대한 전쟁을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포위 전략을 즉각 중단하라.
경제적으로
우리의 경제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자원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생계에서 손을 떼라. 주권을 침해하는 부채 예속을 중단하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조건부 정책을 강요하지 마라. 관세 강압을 중단하라. 기술봉쇄를 중단하라. 아시아 민중은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경제를 건설할 권리가 있다.
정치적으로
우리의 정치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선거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운동에서 손을 떼라. 정권교체 공작과 극우 세력을 앞세운 대리정치를 중단하라. 아시아 민중은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사상과 문화에서
우리의 역사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미디어에서 손을 떼라. 우리의 상상력에서 손을 떼라. 우리 자신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식민화하지 마라. 아시아 민중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고, 우리 자신의 민중문화를 만들어 갈 권리가 있다.
적은 하나이며, 결코 나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응 또한 하나여야 한다. 우리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민중의 연대로, 우리 민중이 언제나 투쟁해 온 주권, 평화, 그리고 사회주의를 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한다. 아시아의 미래는 아시아 민중이 결정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
The Colombo Declaration
We, movements, political parties, trade unions, and peoples' organisations of Asia, gathered in Colombo, commit ourselves to a single call across our continent:
Hands Off Asia, which means:
MILITARILY
Hands off our seas. Hands off our lands. Hands off our skies. No U.S. or allied military bases on our sovereign soil. No AUKUS. No Quad. No war on Iran. No genocide in Palestine. An end to the encirclement of Asia.
ECONOMICALLY
Hands off our economies. Hands off our resources. Hands off our livelihoods. No sovereign debt bondage. No IMF conditionalities. No tariff coercion. No technology blockades. The right of Asian peoples to build economies of our own choosing.
POLITICALLY
Hands off our politics. Hands off our elections. Hands off our movements. No regime change or far-right proxies. The right of the Asian people to determine our own political future.
IDEOLOGICALLY AND CULTURALLY
Hands off our histories. Hands off our media. Hands off our imagination. No colonisation of the ways we know ourselves and each other. The right of Asian peoples to tell our own story and build our own peoples' culture.
The enemy is one and indivisible. So must our answer be. We commit to peoples' solidarity across the continent — toward the sovereignty, peace, and socialist horizon our peoples have always fought for. The future of Asia will be decided by its peoples.
Hands Off Asia!
"아시아에서 손을 떼라(Hands Off Asia)" 컨퍼런스는 7월 16일~18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열렸으며 국제민중총회(International People's Assembly)와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Tricontinental Social Research Institute)가 주최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17개국의 43개의 진보정당, 노동, 학생, 여성 단체, 시민단체, 지식인 등 70여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국제전략센터의 황정은 사무처장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혜정 수석부본부장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