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도, 실용주의도 우리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글: 송대한

G7 정상회의 기간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미 해군 함정 10척을 건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주의' 정치의 전형으로, 트럼프로부터 점수도 따고 국내 조선산업 생산을 늘렸다. 이러한 결정은 한국을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비전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유럽 국가의 재무장으로 2025년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에 올랐으며, 앞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 수출 감소로 생긴 수요를 충족시켜 이를 이어가고자 한다.

폴란드에서 K2 전차가 사격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로템)

전쟁의 확산과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을 부추기면서 군사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와 항공우주 산업과 함께 무기 생산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이른바 '군사 케인스주의(Military Keynesianism)’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기후 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이윤과 미 제국주의를 무장시키기 위한 무기 생산은 전쟁과 기후 위기로 이미 불타고 있는 지구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과 같다. 결국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해 반드시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가로막는다.

오래가지 못할 성과

한국의 친트럼프, 친윤석열 세력의 당혹감과 반발 속에서도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의 적극적인 지지 얻어낸 것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는 분명히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동안, 이재명 정부 협상단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약속을 저버렸지만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대가로 일부 관세 완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트럼프가 구상하는, 이른바 '황금 함대'를 포함해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와 건조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 확대를 둘러싼 한미 협력은 현재 한국의 AI 산업 붐의 기반이 되었고, 코스피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용주의는 현재를 헤쳐 나가는 데 효과적이었을지라도, 그 상황 자체를 넘어설 길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이 생산 능력을 확대해 한국 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결국 한국의 AI 거품을 꺼뜨릴 위험이 있다. 실제로 코스피는 최근 10% 가까이 급락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반도체 생산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이미 심각한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할 뿐이다. 게다가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미국에 무기를 제공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무기 수출에 걸겠다는 전략은 한국을 전쟁과 파괴의 수렁으로 더욱 깊이 끌어들이기에 가장 심각한 문제다. 함정 건조, 핵심 광물 정제, 반도체 공급으로 미국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이 신냉전 전략을 추진하며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일방적인 군사적, 경제적 공세를 가능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파괴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투자해야

결국 군사비 증가는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녹색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투입되어야 할 재원을 빼앗아 간다. 현재 세계는 군사비로 거의 3조 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재원은  2조 달러가 부족하다.

더욱이 철강과 핵심 광물 등 중공업 생산 의존성, 함선, 전투기, 기지 등의 일상 운영을 위한 연료, B-52 폭격기의 1시간 비행(승용차 한 대를 7년 운행할 정도)이 포함된 군사훈련, 이란과 가자지구 등 전쟁으로부터의 대규모 파괴는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더욱 심화한다. 실제로 세계 모든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이들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미국 군대만 해도 140개가 넘는 개별 국가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오늘 건설하는 미래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는 미래를 현재가 내년이나 앞으로 수십 년으로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의 단절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설령 그것이 전 지구적 파괴를 의미하더라도, 현재의 질서를 지속하려는 세력들의 손에서 미래를 되찾아와야 한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아직 분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부터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가 놓여 있는 시대와 장소, 조건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또한 반드시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트럼프가 전 세계에서 벌이는 일방적인 침략에 맞선 국제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국제전략센터가 쿠바와의 연대를 조직하고, 쿠바의 의료 국제주의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운동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정의당 황경산 구의원 후보 선거운동이 바로 그러한 사례였다. 선거라는 짧은 시기는 정치가 주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활동가들은 거리로 나가 거리와 버스정류장,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민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며, 이후 전화로 관계를 이어갔다. 이 과정은 주민의 삶을 직접 개선하는 의제(1인 가구를 위한 구정 서비스, AI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 지하철, 어린이 심야 병원, 마을버스 확대 등)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활동가들은 지역사회의 문제에서 출발해 이를 사회 전체, 더 나아가 국제적인 문제와 연결해 나갔다. 이러한 실천은 미래를 향한 구체적이지만 작은 한 걸음이며, 현재와의 단절을 만들어낼 질적인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반드시 축적되어야 할 수많은 실천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를 착취하고 갉아먹는 사람들은 흔히 정치는 가능한 것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고(故) 마르타 하네커의 말을 되새기며 오늘 불가능한 것을 내일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투쟁이라 선언한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